“언젠가 찾아갈 북녘의 섬들을 미리 보여드립니다”

<북한의 섬>(이재언 목사/이어도)

6·25전쟁의 중지를 알리는 정전협정이 발효된 지 70년이 되는 해에 의미 있는 책이 출간됐다. 어느새 미지의 땅이 되어버린 북한, 그 중에서도 낙도의 모습들을 알리는 <북한의 섬>(이재언 목사/이어도)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군사분계선 너머에 있는 한반도의 1045개 섬, 특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128개의 섬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각 섬의 기본 개요는 물론 그곳의 역사와 현황 심지어 오랜 전설까지 담아냈다. 한마디로 북한 섬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정보들이 수록되어있다.

두 권의 책 중 1권에는 함경북도 함경남도 황해남도의 섬들이, 2권에는 강원도 평안남도 평안북도의 섬들이 각각 소개되어있다.

‘몽금포 타령’과 천연기념물 오차바위와 코끼리바위 같은 절경들로 유명한 몽금도, 백령도에서 지척에 있는 수많은 실향민들의 그리운 고향 기린도, 물범의 집단 서식지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비파도, 6·25전쟁 당시 대북첩보부대의 근거지 역할을 한 여도, 이순신 장군이 여진족을 물리친 승전지인 녹둔도 등의 모습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저자인 이재언 목사(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에게는 ‘섬 탐험가’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다. 여수의 한 섬에서 목회하던 시절인 1991년부터 복음선을 타고 이웃 낙도들을 찾아다니며 순회선교를 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에 생긴 섬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점점 자라나, 전국의 460개 유인도를 빠짐없이 답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얻는 지식과 경험들로 MBC TV 인기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에 섬 가이드로 고정 출연하는가 하면, 늦은 나이에 대학의 연구원이 되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학문 수련을 하게 됐다. 그 결과물이 2021년에 전 13권의 책으로 편찬된 <한국의 섬> 시리즈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지식백과에 채택되어, 우리나라 섬들에 대한 공식 기록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내용이 본지 힐링면을 통해 2021년 한 해 동안 소개되기도 했다.

방대한 저술을 마치고 나서도 이재언 목사에게는 아쉬운 대목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북한의 섬들을 다루지 못한 점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남북한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된 상황에서 북한 섬 탐사는커녕 단순 방문조차 불가능해 후속편 제작의 꿈을 일단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주변의 권유가 계속되었어요. 특히 고구려사 연구의 대가인 서길수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결국 북한 섬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2년 만에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섬] 집필을 위해 답사를 나선 이재언 목사가 북한과 중국 접경인 신의주대교 앞에 서 있다. 한반도 북녘의 유인도 128개 섬의 이야기를 소개한 [북한의 섬] 표지.(사진 위)
[북한의 섬] 집필을 위해 답사를 나선 이재언 목사가 북한과 중국 접경인 신의주대교 앞에 서 있다. 한반도 북녘의 유인도 128개 섬의 이야기를 소개한 [북한의 섬] 표지.(사진 위)

현장 탐방이 불가한 상황에서 의지할 것은 자료와 증언들이었다. 선행 연구자들의 기록을 기반으로 삼았고, 평화문제연구소의 <북한 향토대백과 사전>과 국방부의 <한국전쟁의 유적 전사> 등 남북한에서 근래 발간한 문서들에 큰 도움을 받았다. 통일부 자료센터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북한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답사하며 더 풍부한 자료를 수집했고, 실향민들을 만나 고향에 대한 증언도 청취했다. 이 과정에서 만만찮게 사재를 들였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 목사는 자신이 얻은 게 더 많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섬에 한 번 발령이 나면 일평생 그곳에서 근무하는 일이 많습니다. 전교생이 몇 명에 불과한 분교에서 자기 생을 다 바쳐 가르치는 교사 이야기, 자녀 셋을 데리고 들어간 섬에서 30년 가까이 고립된 삶을 견뎌내는 등대지기 이야기 등 뭉클한 스토리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 이야기들이지요.”

뿐만 아니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북한 섬에 얽힌 교회 이야기,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목사에게는 큰 보람이었다. 이처럼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알기에 그는 이 책에 들인 정성이나 고생한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

남은 일은 한 가지, 언젠가 북한의 섬들을 직접 자신의 발로 디디고 다니며 제대로 된 연구서로 완성하는 것이다. 섬 탐험가는 그래서 통일의 날을 더욱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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