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중령 출신 이희경 선교사
군악대장 경험 살려 음악선교 도전
7월 필리핀 따가이따이로 떠나

이희경 선교사(오른쪽)는 아내 이은정 선교사와 함께 7월말 필리핀으로 들어가 음악선교 사역을 할 계획이다.
이희경 선교사(오른쪽)는 아내 이은정 선교사와 함께 7월말 필리핀으로 들어가 음악선교 사역을 할 계획이다.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이희경 선교사(GMS·새가나안교회 파송)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막 연주를 마치고 급하게 방탄조끼를 입으려던 참이었다. 열 몇 살짜리 이라크 여자아이는 “마에스트로”를 외치며 종이를 들고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는 그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사인을 부탁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자신이 첼로를 배우고 있다며, “이렇게 큰 오케스트라는 처음 본다”고 놀라워했다.

“그때 우리 군악대가 24명밖에 안됐어요. 척박한 전쟁의 땅에도 이렇게 음악을 꿈꾸는 아이가 있구나 싶어 놀랐죠.”

그날 이희경 선교사는 하나님께 서원을 한 가지 했다. ‘하나님, 저를 중령까지 진급시켜 주시고, 생활도 안정되게 하시면 제대 후 3세계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겠습니다.’

이희경 선교사
이희경 선교사

그로부터 16년째인 올해 6월 8일 그는 총회세계선교회(GMS) 평신도 선교사로 임명받았고, 다음 날 새가나안교회(이기동 목사)에서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그에게 하나님은 말 그대로 섭리의 하나님이시다. 전남 함평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처음 교회에 가게 된 것도, 어렵사리 클라리넷을 공부하고, 음대에 진학한 후에는 장학금을 받을 생각으로 학사장교를 자원한 것도, 입대 후 1년만인 1994년부터 군악대장을 맡게 된 것도 오롯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뿐 아니다. 2005년 자이툰부대 일원으로 이라크로 파병돼, 베트남전 이후 해외에 파견된 최초의 군악대를 이끈 것이며, 육·해·공군 통틀어 80여 명 되는 군악대장 가운데 중령 보직은 네 명밖에 되지 않을 만큼 좁은 길인데, 그 좁은 길을 그에게 열어주신 것이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기적이었다.

“제가 음악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제3세계에서는 30년 군악대장 경력과 음악교사 자격, 그리고 교회 찬양대 지휘 경험 등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싶었어요.”

선교지를 필리핀으로 결정한 것은 장석희·김경남 선교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선교사의 아내(이은정 선교사)가 필리핀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자녀를 교육하고 있었는데, 2006년 실랑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됐고, 그때 장 선교사 부부를 알게 됐다.

“작은 집을 예배당 삼아 현지인들과 같이 예배를 드리고, 밖에 나가서는 전도를 다니시더라고요. 파송교회도 없이 자비량으로 열심히 사역을 하시는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어요.”

그렇게 장 선교사 부부와 교제하던 중에 장 선교사 부부가 새가나안교회와 연결되고, 장 선교사의 소개로 이 선교사 부부 역시 새가나안교회에서 파송을 받게 됐다. 파송이 결정된 후 이 선교사 부부는 GMTI 112기 정규과정에 들어가 선교는 무엇이고, 선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 선교사 부부는 7월말 필리핀으로 떠나 장 선교사 가정을 포함해 다른 세 가정과 함께 따가이따이 뉴가나안처치에서 팀 사역을 할 예정이다. 따가이따이 뉴가나안처치는 새가나안교회가 세운 선교센터로, 각각 200명씩을 수용할 수 있는 한인교회당와 필리핀교회당이 나란히 서 있다.

“한국은 선교 자원이 줄어들지만, 필리핀은 선교 자원도 풍부하고 또 영어권이에요. 필리핀이 선교 대국이 되고, 선교센터가 열방으로 가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라며 이기동 담임목사님과 새가나안교회 성도들이 기도하며 세운 곳이죠.”

이 선교사 역시 같은 소망으로 선교 사역을 시작할 생각이다. 그는 “저에게 음악을 배운 사람들이 일자리도 잡고, 유튜브에서 연주도 하고, 한국에서 초청도 받으면 좋겠다. 은혜를 주시면 음악학교도 만들고 현지 교회에 귀하게 쓰임 받는 일꾼들을 양육하고 싶다”며 “낮은 자의 마음으로 따가이따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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