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선교사-휴 커를, 넬리 스콜스〉(캐서린 레잉/양명득 편역/나눔사)

미국북장로교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개척한 부산경남지역의 선교는 각국 선교부의 예양협정을 통해 호주장로교 선교부가 이어 받았다. 헨리 데이비스와 메리 데이비스 남매를 시작으로 잇달아 한국에 찾아온 호주선교사들은 1899년부터 1942년까지 이 땅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했고, 그들 중 8명은 경남 창원의 선교자 묘역에 묻혀있다.

한국장로교회의 초석을 놓는데 호주장로교 선교사들이 끼친 공적과 기여가 결코 작지 않았건만, 이들에 대한 연구는 타국 장로교선교부에 비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호주선교사>는 이 부분에 대한 학술적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해 줄 귀중한 책이다.

진주교회(송영의 목사)가 설립 118주년을 기념해 기획하고, ‘호주와 한국 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낸 양명득 목사가 편역을 담당한 이 책에서는 호주선교사들 중 진주선교부를 중심으로 서부경남지역에서 주로 활약한 휴 커를, 넬리 스콜스, 캐서린 레잉 등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휴 커를(한국명 거열휴)은 의사 출신으로 진주교회와 배돈기념병원 등을 세우며 서부경남선교의 기틀을 닦고, 근대의술을 이 지역에 전파하는데 공헌한 인물이다. 넬리 스콜스(한국명 시넬리)는 커를 선교사가 세운 시원여학교를 발전시켜 여성교육에 힘쓰는 한편, 천민으로 취급받던 백정들이 일반인과 함께 예배할 수 있도록 하는 ‘형평운동’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캐서린 레잉(한국명 양요한)은 순회전도 사역에 투신하고, 여러 지역교회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섰다.

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당시 작성한 보고서와 편지들을 중심으로 제작된 <호주선교사>를 통해 독자들은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고자 했던 서양인 선교사들의 애달픈 진심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나의 일생의 소망은 경계선을 넘어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하여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도 고치는 하나님의 은혜로 의료선교사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면 육신의 눈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빛의 눈도 뜨게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휴 거를의 ‘한국선교사 신청서’ 중에서)

선교의 밝고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부정적인 면까지 드러내는 이야기들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여러모로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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