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교회〉 (이도영 목사/새물결플러스)

이제 목표가 바뀌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는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했다.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는 자신의 목회를 통해, 그리고 여러 편의 저서와 강연들을 통해 참 꾸준하고 설득력 있게 ‘지상교회의 목표는 결코 양적 성장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번에는 아예 책 제목에 ‘탈성장’이란 단어로 저자의 의도를 확실하게 명시했다.

그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교회의 공교회성 공동체성 공공성에 대한 외침은 <탈성장교회>에서도 변함없지만,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이런 가치들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시대의 흐름과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신앙의 본질이기 때문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저자가 펴놓은 성경본문은 신약의 야고보서와 구약의 전도서이다. 야고보서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지에 대해 통찰력을 제시하는 공동서신의 핵심이라는 면에서, 전도서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신앙적 지침을 제시하는 지혜서라는 면에서 뚜렷한 강점을 지닌 텍스트들이다.

계속해서 저자는 이 텍스트들을 활용해 한국교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우리 사회를 섬기는 공적 역할을 감당하는 것임을, 그리고 우리의 사고가 ‘생태적 사고’ ‘민주적 사고’ ‘미학적 사고’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임을 당위적으로 설득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MZ세대의 등장과 이에 대한 대응’ ‘사람과 마을과 지구를 돌보는 일’ ‘공포와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생명들의 치유’ 등의 문제들이 왜 교회 앞에 물리적 성장보다 더 중요한 과제인지를 공감하고, 그 해답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한마디로 교회의 ‘탈성장’이 의미하는 바를 폭넓게 배우게 된다.

저자가 엄청난 독서량과 더불어 걸어온 지적 탐구의 흥미롭고 풍요로운 여정을 독자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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