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구평강교회는 예배당 마당을 주민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강문구 목사(오른쪽 첫번째)가 매일 쉼터를 찾는 초등학교 안전요원 엄준희 원종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구평강교회는 예배당 마당을 주민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강문구 목사(오른쪽 첫번째)가 매일 쉼터를 찾는 초등학교 안전요원 엄준희 원종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파트와 상가들이 빈틈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와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 속에서 단구평강교회는 돋보였다. 예배당 앞 작은 정원은 푸른 나무와 꽃들로 가득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작은 물레방아도 눈길을 끌었다. 정원은 예배당 마당까지 이어졌다.

예배당 앞에 정차한 택시에서 기사가 내려 성큼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쉼터’의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의자에 앉아 휴식했다. 이미 쉼터에는 구곡초등학교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엄준희 원종우 어르신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원종우 씨(80세)는 “우리가 여기 7년 넘게 다녔어. 교회와 목사님도 잘 알지. 손님과 만날 때도 여기를 약속 장소로 잡는다니까”라고 말했다.

원주시 단구동에 위치한 단구평강교회(강문구 목사)는 10년 전부터 예배당 공간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출입문을 없애고 자판기를 두어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마음과 몸을 쉴 수 있도록 했다. 강문구 목사는 “삭막한 도심에서 주민들과 어린아이들이 휴식할 수 있고 꽃과 나무를 보며 정서적으로 안정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목사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이 쉼터를 찾았다. 아이를 유치원과 학교에 등교시킨 엄마들이 쉼터에서 자녀와 가정 이야기를 나누고, 운전에 지친 택시기사들은 잠시 쉬면서 재충전했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결지로, 하교하는 초등학생 손자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사랑방으로, 낙심과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홀로 찾아오는 둥지 역할을 했다. 강 목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쉼터를 찾아 주민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힘든 사람을 위로했다.

“10년 넘게 쉼터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제 오시는 분들을 모두 안다. 얼굴만 봐도 택시기사님의 오늘 수입이 얼마인지도 알 정도다. 커피 한 잔을 놓고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단구평강교회에 출석하는 이○○ 집사도 과거 상심한 채 쉼터를 찾았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된 이 집사는 인생의 허무함으로 삶이 무너졌다. 휠체어를 타고 쉼터에 왔다가 강문구 목사를 만났다. 강 목사는 상담을 하면서 위로와 희망을 전했고, 이 집사는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강문구 목사는 퇴근한 부모들이 자녀들과 쉼터에서 산책을 하고, 정원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주민들이 이곳을 자기들의 공간으로 여기고 있음을 느낀다. 공간을 주민들에게 나눔으로서 우리 교회도 주민들의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여름을 앞두고 단구평강교회는 올해도 자판기 옆에 아이스크림 냉장고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이스크림을 자유롭게 꺼내먹고 성의껏 돈을 낸다. 교회에서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수익금을 장학금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단구평강교회는 ‘우리의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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