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김관선 목사(주필)
김관선 목사(주필)

“많이 힘드시죠”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가진 위력을 알고 있는가? 나도 자주 듣는 말이다. 지친 듯한 표정의 나에게 건네는 성도들의 짧은 이 말. 그럴 때마다 표정 관리 못하는 나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훨씬 인간적이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곤 한다.

지난 2월에 올라온 기사 중 하나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점에서 책을 산 어떤 고객의 이야기다. 그는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을 여러 권 구매했다. 그런데 직원으로부터 따뜻한 위로 쪽지를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결제를 마친 직원이 뭔가를 쪽지에 적더니 구입한 책이 담긴 쇼핑백에 함께 넣어준 것이다.

끄집어내서 읽어 보니 ‘많이 힘드시죠? 힘들 땐 힘든 것 그대로도 좋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서점의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죽음과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책을 사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적어준 짧은 그 글이 힘이 되었던 것이다.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그는 이 쪽지 하나에 큰 힘을 얻은 것이다.

난 30분 정도의 설교를 주일마다 하곤 한다. A4용지 7~8장 분량이다. 그런데 그 긴 설교를 듣는 성도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힘을 얻을까? 때로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짧은 글이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우친 신문 기사에서 나의 길고도 많은 말을 돌아보았다. 긴 말이나 설득하려는 많은 말만이 감동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 길고 장황하게 써야 하고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이렇게 짧고 간단한 말 한마디가 힘을 주고, 감동을 안기는 것이다.

나 역시 설교를 하면서 청중들이 30분 내내 쏟아지는 모든 말씀에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전한 말씀 중에서 특정한 한마디에 꽂히는 것이다. 그 말이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짧은 말 한마디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정작 설교한 나도 기억 못하는 그 말이 그런 힘을 갖는다. 그렇게 긴 설교 중 짧은 한마디에 감동을 받는다면 참 다행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짧은 말 한마디에 시험에 들고 상처받기도 한다는 것.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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