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김관선 목사
김관선 목사

아이티 구호사역을 위하여 도미니카를 13일 정도 방문하고 돌아왔다. 긴 비행시간도 힘들었지만 경유하느라 불편한 공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관계로 시차 적응도 쉽지 않았다. 밤낮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시차로 인한 피곤함 등은 잘 모르고 사는 편이라 그것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

그런데 며칠 지난 후 이런 인사를 받았다. “여독은 풀리셨나요?” 그 순간, ‘아 여독이란 것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난 특별한 여독을 별로 느끼진 못하는 것 같다. 여행의 즐거움이 더 커서인지 모르겠다. 또 늘 지내는 곳에서의 삶과 별반 다름없이 일한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 질문을 받고 나니 ‘여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열 며칠 되는 여행의 피로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인생이란 긴 나의 여정, 어느새 70년이 가까워지는 나의 인생길에 쌓인 ‘여독’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며칠 여행길에 쌓인 여독이야 좀 쉬고 며칠의 시간이 흐르다 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인생길에서 쌓인 여독에 대해서는 생각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인생의 긴 여정에서 쌓인 피로가 있었을 것일 텐데.

그렇다면 그 여독은 어떻게 쌓이고 또 무엇으로 풀 수 있는 것일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든지’ 궁금하지만, 그것이 ‘여독’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한 것이다. 그렇다. 인생의 여독이 정말 문제다. 그런데 의외로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여행이 있듯 인생도 그런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은 피곤함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더 큰 것 아닌가? 인생 여정 역시 마찬가지다. 내 곁에 늘 함께 주던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곤함을 모르고 산 것이겠지. 더욱이 늘 함께하신 그분이 계시지 않았는가? 그분이 나도 모르게 어깨도 주무르고 발도 만져 주시면서 피로가 쌓일 틈이 없게 하신 것이리라. 아직도 갈 길이 남은 나의 인생 여행길에 든든히 곁에 계실 그분을 생각하니 몸은 비록 늙고 있지만, 힘은 ‘쑥쑥’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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