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무풍지대라고 불리는 대학도 IMF라는 경제적 위기상황을 피해나갈 별다른 재간은 없나 보다. 전국이 수많은 공·사립대학들이 IMF 시대를 헤쳐 가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다. 신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총신대학교도 최근 대학·신대원·재단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총신대를 중심으로 주요 신학교들의 구조조정 방향과 내용을 살펴보자.




5월 20일 늦은 오후 총신대학교 회의실에 김의환 총장을 중심으로 재단이사 및 대학·신대원·대학원·교육대학원 교수 16명이 모였다. 이른바 총신의 구조조정을 위해 각 기관 대표들이 모인 첫번째 연석회의였다. 이날 모임은 대학·신대원·기획실에서 내놓은 각각의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의견을 모으고자 마련된 것. 대학과 신대원이 내놓은 안의 기본적인 골격은 교수·보직·사무부서·부속기관 통합을 통한 예산절감이었다.


당초 대학부가 내놓은 「대학·신대원·선교대학원의 신학전공 교수를 통합운영한다」는 「통합안」과 신대원이 내놓은 「대학과 신대원을 분리 운영하되, 1차적으로는 조직과 재정을 분리하고 종국적으로는 법적인 분리(대학원대학)를 추진한다」는 「분리안」이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이에 대해 재단이사들이 『이사회의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면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논의하는데 한정해야 한다』고 한마디로 일축해 이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 되었다.


따라서 이날 모임에서는 예산절감을 위한 소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들만 진행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대학·신대원·기획실의 안은 대체로 중복되는 것들을 통합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경우 대학과 신대원의 주요 보직을 단일화하자는 것인데 비해 신대원은 대학과 신대원이 독자적으로 각각의 하부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이다. 신대원과 기획실에서는 신대원부총장직을 신설하자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사무부서의 경우 보직의 개편과 맞물려 통합하며, 부설기관도 유사부서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생각들이 개진되었고, 결국 기획실에 맡겨 조정안을 마련키로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보직 및 부처 통폐합 외에 불요불급한 사업 중단·보직수당 50% 삭감 등을 통한 경비절감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교직원 봉급 20% 감봉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봉급감봉에 대한 산출 근거가 빈약하다」 「타대학의 경우 감봉의 예가 없다」 「지난 1월 본봉의 5%를 자진반납했다」는 것 등이 반대이유다. 몇몇 교수는 『그나마 교직원 처우가 타대학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불과 3, 4년 전부터인데 마치 과거부터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양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사회의 구조조정 요청이 교수의 봉급 감봉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며 유감을 표했다.


교수들은 현재 학교가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종합관 건축과 관련해 30억원의 부채가 있기는 하지만, 재정절감운동·D.Min 수입·편목교육 수입 등을 통해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등록금 납부현황이 부진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지원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구조조정의 근거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얘기다. 실제로 등록금 납부현황은 예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으며, 내년에 지원자가 줄면 그때는 자진해서라도 봉급반납운동을 벌이겠다는 말이다. 학교당국과 이사회가 앞으로 여러차례 모임을 갖고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려되는 부분 몇가지가 있다. 일반사회에서는 「대학사회의 빅딜」이라고까지 불릴만한 대학끼리의 통폐합 작업 등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경비절감이라는데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상황을 진정한 구조조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교단과 학교의 장래를 내다보는 가운데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원문제와 관련해서도, 생존의 절박감을 가장 강하게 느끼면서도 법적인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임시직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것은 기독교적 사고에서 어긋나는 것 아닌가 싶다. 구조조정 얘기가 나온 이후 교수 뿐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 지난 겨울 봉급의 5%를 반납하고 방학 및 토요일 단축근무를 폐지하는 등 일정 부분 희생을 감내한 직원들로서 맥이 풀릴만하다. 또한 교수통합문제와 관련해 대학과 신대원 교수간의 갈등구조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도 유감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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