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적 통합' 위한 조례 완성…해외교회 역사와 자치 인정


국내와 해외로 분열되어 있는 러시아의 정교회가 법적 통합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구와 재외러시아정교회의 '교회법적 통합(Canonical Communion)'의 기초가 되는 '조례'가 11월 1일 공개됐다.

 모스크바총대주교구와 재외러시아정교회 공동 위원회가 초안을 작성하고 두 교회 최고 의결기구가 승인한 '교회법적 통합 조례'는 재외러시아정교회의 정교회로서의 역사성 및 목회‧교육‧행정‧경영‧재산상의 독립성, 재외러시아정교회의 교회‧행정‧사법‧치리기구, 수장‧주교 선출, 교구 신설 및 폐지, 항소, 법규 개정 등에 대한 권리와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조례'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교구와 교회, 수도원, 신도단체, 기타 모든 교회 기구들 안에서 구원사역을 수행하고 있는 재외러시아정교회는 지상 러시아 정교회(the Local Russian Orthodox Church)의 해체될 수 없는 일원이다, △재외러시아정교회의 교회‧행정‧사법‧치리 최고 권위는 재외러시아정교회 규정에 따라 수장(First Hierarch)이 주재하는 주교위원회(Council of Bishops)에 있다, △재외러시아정교회 수장은 주교회의가 선출하고, 모스크바총대주교와 러시아정교회 총회(Holy Synod)가 교회법에 따라 추인한다, △재외러시아정교회 교구의 신설과 폐지 결정은 재외러시아정교회 주교위원회가 하며 모스크바총대주교와 러시아정교회 총회와 협의한다, △재외러시아정교회 주교는 주교위원회가 선출하고 교회법에 따라 모스크바 총대주교와 러시아정교회 총회가 추인한다, △재외러시아정교회의 최고 교회재판소의 결정에 대하여 모스크바 총대주교에게 항소할 수 있다, △최고 사법 당국에 의한 재외러시아정교회 규정 개정은 그것이 교회법적 개정일 경우에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와 러시아정교회 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스크바정교회와 재외러시아정교회가 2004년 공동 위원회를 구성, 8차에 걸쳐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10월 18일과 26일 최종안이 나온 이 '조례'는 "교회법적 통합은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치와 현대 세계에 대한 교회의 증언을 강화하여 '흩어져 있는 하나님의 자녀를 한데 모아서 하나가 되게'(요11:52) 하시려는 주님의 뜻을 완성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 전능하신 손길로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로 우리를 이끄시고, 조국과 해외의 러시아 교회의 소원인 일치로 우리를 인도하신 자비로우신 하나님께 감사하자"는 말로 끝맺고 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 쪽 위원회 위원인 니콜라이 발라쇼프 사제는 11월 1일 인테르팍스 인터뷰에서 "두 교회의 완전한 통합과 일치를 위한 모든 문서들이 이미 양쪽 주교들의 승인을 받았다. 이제 정식 공표와 발효만 남겨 놓고 있다"며 "2007년이면 두 교회가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 ① 분열에서 재통합까지  두 교회의 재통합을 위한 첫 시도는 멀리는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 해체라는 시대적 변화와 이어져 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과 잇따른 내전의 회오리 가운데서 공산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한 교회와 이에 반대한 해외 망명 교회로 분열되어 20세기를 거의 다 보낸 모스크바총대주교구와 재외러시아정교회는 무신론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 국내에서 정교회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하는 일에 눈을 돌리게 된다.
 2000년 러시아정교회 주교위원회가 일치를 위한 조치를 결의하자, 이어 그해 10월 재외러시아정교회 주교위원회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화해를 위한 실제적인 조치들이 잇따르게 되었다.
 결국, 2004년 5월 알렉세이 총대주교의 초청으로 라우루스 수도대주교가 이끄는 재외러시아정교회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한다. 이 때 두 교회 지도자들은 "사회주의 혁명과 내전의 결과로서 발생한 비극적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의 지상 러시아정교회로서 공동 성례전과 교회법적 통합을 할 때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교회법적 통합'을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조례를 만든 공동 위원회는 이런 역사적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러시아 정교회 ② 세계교회협 탈퇴하나 

 교회 일치 운동에 늘 앞장서 온 세계교회협의회가 러시아정교회의 통합과 일치에는 정작 축하 인사를 건네기가 곤란할 것 같다.
 지난 10월 26일 조례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이룬 노력의 성과들을 정리하는 요약 문서를 따로 작성한 공동 위원회는, 이 문서에서 러시아정교회의 세계교회협의회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양쪽 공동 위원장이 서명한 이 문서는 "정교회의 교회연합 기구, 특히 세계교회협의회 참여의 조건은 종교적 혼합주의의 거부이다", "정교회는 비정교회와의 예전적 친교의 어떤 가능성도 배제한다. 특히, 이른바 에큐메니컬이나 신앙고백간 종교의식과 관계된 예전적 행동들에 정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문서에서 공동 위원장들은, "비정교회와의 협력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불우한 이들을 돕고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 부도덕에 함께 대응하는 일, 자선이나 교육적 사업에 참여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다른 신앙인들이 참석하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의례에는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비정교회와 대화를 할 때에는 그들에게 정교회 신앙을 증언하고, 그들의 편견을 해소하고, 그리고 그들의 잘못된 입장들에 논박해야 한다. 정교회와 다른 신앙들 사이의 실제적 차이점들을 어물쩍 넘어가거나 숨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문서는 "비정교화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이와 같은 한계로, 러시아정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에 참여하는 것에는 교회론적 의미가 없음이 분명하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는 이 기구를 단지 하나의 포럼으로 간주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 본질상 비정통적 유기체의 일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입장은 2000년 러시아정교회 주교위원회의 '러시아 정교회의 비정교회에 대한 태도의 기본 원칙'에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WCC 탈퇴는 재앙이다"


러시아정교회 '2인자' 키릴 수도대주교 경고
  러시아정교회의 대외교회관계부 대표 키릴 수도대주교(스콜렌스크와 칼리니그라드)가 러시아 정교회의 고립자초 움직임을 경고하며 세계교회협의회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와 재외러시아정교회의 재통합 논의 가운데서 세계교회협의회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러시아정교회의 가장 적극적인 대외 활동가이자 이 교회 제2인자의 입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그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러시아 국영 라디오 방송 '마야크' 대담에 나온 키릴 수도대주교는 러시아정교회는 세계 교회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세계교회협의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11월 9일 키릴 대주교의 라디오 방송 발언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키릴 수도대주교는 라디오 대담에서 "기독교 세계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기구가 바로 세계교회협의회이다. 현대 기독교가 나아가는 방향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이 기구를 통해서이다.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다른 교회들을 설득하는 것도 이 기구를 통해서이다"라고 말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않는다'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면서 "러시아정교회는 언제 세계교회협의회를 탈퇴할 건가"라고 묻는 한 청취자의 질문에 키릴 수도대주교는 "세계교회협의회가 죄인들의 모임임이 분명하다면 그 순간 우리는 탈퇴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세계교회협의회에 그런 인상은 없다"고 대답하고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하여 유엔이나 지역 기구들에서 탈퇴한다면, 어떻게 현대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자살행위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정교회의 진리를 전 기독교 세계 앞에서 증언할 기회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한다. 그 기구들이 '악인의 모임'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탈퇴할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