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즈음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엔 적막감 번져 평화센터 주관 음악회만 명맥…“희망잃은 도시에 생명의 빛을”


기독교인, 비 기독교인을 가리지 안고 지금 온 세상은 성탄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그야말로 온 인류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성탄은 이미 종교적인 행사를 넘어 모두의 마음에 다 함께 하는 장으로 같이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2000년 전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 역사의 현장인 베들레헴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이름 중 하나가 되었고, 예수님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인류의 마음의 고향처럼 되어 버렸다. 얼마나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이곳을 찾았고, 오기를 희망하고 있는가.
그 베들레헴이 지금 가장 힘든 상황 속에 있다.
매년 성탄 때만 되면 모든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베들레헴.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의 올해 성탄 분위기는 한마디로 우울하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축하하며 평화의 노래를 같이 불러야 할 베들레헴은 평화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도시로 변해 버렸다.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문제로 깊은 근심들이 쌓여 있고, 성탄의 기쁨은 먼 나라의 이야기 처럼 되어 버렸다.
3주전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 출신 청년이 자살 폭탄 테러를 한 이 후 베들레헴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완전 봉쇄되어 사람들은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학교,가게,모든 도시가 철시 된 상태에서 군 탱크와 장갑차만이 시내를 굉음을 울리면 순찰하고 있어, 완전히 적막하고 고요한 도시가 되어 버렸다.
매년 성탄 전야에 탄생광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합창단들이 성탄의 기쁨을 노래 하며, 합창제를 구경하러온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된다. 탄생교회-성 카타리나 교회-에서 드려지는 자정 미사가 전 세계에 생 중계되고, 이 때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아라파트와 많은 인사들이 참석을 하고, 온 세계의 언론들이 베들레헴에 모일 정도로 그야말로 온 인류의 눈이 베들레헴에 모아지곤 했다. 실제 예수탄생 2000행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차원에서 세계적인 종교행사로 치루기 위해 자치정부와 베들레헴시는 유네스코와 유엔, 그리고 서방 국가들의 도움을 얻어 시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과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예수 탄생 2000행사를 성대하게 세계적인 축제로 치루었다. 그러던 베들레헴시가 놀랍게 변했다. 지난 2년간 계속되는 충돌과 잦은 이스라엘군의 점령으로, 도로와 도시의 기반 시설들이 상당히 파괴되어 안타깝다. 그런 가운데도 성탄 행사는 명맥만 유지한 채 베들레헴 시의 주관으로 조촐하게 치뤄지고 있다.
평상시 탄생교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지난 2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로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어져 요즈음은 그야말로 무사통과일 정도로 한산하다. 탄생광장에는 젊은이들이 할 일이 없어 하루종일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들레헴은 순례객을 상대로 살아가는 도시 인데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난 2년 동안 호텔과 가게들이 문을 닫아 실업율은 60∼70%가 되고, 악화 된 경제 상태로 이곳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고향을 등지고 있다.
희망도 미래를 찾을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다 보니, 이곳에 있는 소수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이곳을 등지고 외국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 지난 2년간 벌써 수백 가정이 고향을 등졌고,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이곳을 떠 날려고 하는 기독교인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반면 무슬림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곳에 남아 살려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베들레헴은 명목상의 기독교 도시가 되어 버린 머지 않아 무슬림 도시가 될 것이다.
일부 뜻있는 기독교인과 단체들이 베들레헴의 기독교인들을 돕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 많은 세계의 교회들이 베들레헴에 관심을 갖고 특히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고향에 남아 기독교인으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 그리고 도움이 절실한 상태이다.
올해 성탄 행사는 현재 베들레헴이 봉쇄되어 있지만, 성탄 즈음에는 일시로 봉쇄가 풀리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어려움 속에서도 베들레헴시 산하 평화 센터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성탄 전날인 24일 저녁 탄생광장에서 열리는 성탄 축하 음악회는 평상시는 외국에서 합창팀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 되었었는데, 올해는 이번 베들레헴 성탄 행사가 취소 되었다는 이스라엘 측 보도에도 불구하고 ,지역 합창팀을 중심으로 성탄 축하음악회를 열게 된다고 평화 센터측은 전했다.
아직 베들레헴 시내에는 성탄을 느낄만한 장식도 없지만, 그래도 성탄은 조용히 베들레헴에서부터 시작될 것을 확신한다.
베들레헴 ‘한나 나세르’ 시장은 베들레헴은 2000년 전 예수님이 태어나신 역사적인, 기독교인 뿐 아니라 모든이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도시임에도 기독교인들 조차 단순히 성지 순례하는 관광지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우리 주님이 태어나신 이곳에 진정으로 기독교 성지로서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한국 교회에 어려운 상황에 있는 베들레헴과 기독교인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이번 성탄에 요청한다고 특별히 부탁했다.
2000년전 인류의 구세주가 베들레헴에 태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왕위 때문에 무고한 어린아이들을 학살한 헤롯. 그 아이들과 안타깝게 아이들의 죽음을 속수무책 바라보았을 부모들의 울음. 역사는 다시 반복이 되어 동방 박사와 목자들의 경배의 기쁨 보다 또 다시 어린아이들의 눈물과 고통이 계속되고 있음은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계속되는 양측간의 유혈 충돌 속에 지난 2년간 18세 이하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531명이 희생을 당했다. 이젠 더 이상 어린이들의 희생을 방관해서는 안되며, 힘으로 상대를 밀어 부치려는 힘에 의한 정치는 서로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임을, 문제의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한다는 교훈을 평화의 왕으로 베들레헴에 오신 예수님은 직접 우리들에게 몸소 보여 주셨다.
비록 베들레헴에 성탄을 느낄 만한 인위적인 장식이 없을 지라도 마굿간에 초라하게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의 인류를 사랑하시는 마음은,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위해 어린 생명도 가차 없이 해치는 이 세상을 향하여 그 어느 때의 성탄 보다 더욱 우리들에게 안타깝게 다가온다.
올 해 성탄에는 조용히 우리 자신들에게 믿는 자로서 우리들은 평화를 만들어 가는 자임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이 일을 위해 주님 앞에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는 성탄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쾌락의 날로 바뀌어 성탄의 의미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우리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베들레헴 낮은 구유에 탄생 하신 예수님을 온 세계에 알리고 성탄의 복된 소식을 전쟁과 미움과 증오로 가득찬 인류에게 다시 한번 힘차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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