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메시야 아기 예수가 초라한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난 성스러운 날이지만 그 모습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각국의 전통, 종교, 지역, 기후, 역사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지켜지고 있다. 종교성 여부를 떠나 나름대로의 문화에 맞게 탈바꿈했다.
이 땅위에 예수 탄생의 본연의 의미를 되찾고 진정한 복음이 선포되기 위해 우리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각국의 특색 있는 크리스마스 모습을 살펴본다.

'중동'
◆이스라엘=베들레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땅이지만 신약을 믿지 않는 이스라엘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팔레스타인 자치 도시가 된 베들레헴에서는 도시의 상징성에 맞게 독자적인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한다.
팔레스타인 자치 도시 가운데 기독교인이 가장 많은 지역인 베들레헴이지만 정교회 교인들이 상당수이고 개신교인 숫자는 300명 미만이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는 세 번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율리안력을 사용하는 러시아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 그리스정교회, 콥트교회, 시리아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는 1월 6일, 개신교와 로마가톨릭만이 12월 25일을 기념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인들은 아기 예수가 탄생한 예수탄생교회와 탄생광장으로 모인다. 전날 베들레헴 인근 ‘목자들의 들판’에서 모여 교회로 이동한다. 예배당에서는 성탄 미사나 예배가 진행되지만 탄생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진행돼 이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그리스 정교회의 성탄 행사가 가장 특색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은 1월 6일 크리스마스 예배에서 십자가를 물에 담그고 축복 기도를 하는데 교인들은 예배 후에 그 물을 집에 가져다가 음식을 먹기 전에 세 모금 정도 마시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의미를 되새긴다.
◆터키
국민의 98% 이상이 무슬림인 터키에서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소수 기독교인들의 종교 행사일 뿐이다. 현재 터키 일부 지역에는 유대인이나 기독교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크리스마스를 지킨다고는 하지만 그 분위기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 10년전부터 세계화의 분위기를 타고 일반인들에게도 크리스마스가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소개해 젊은층에서는 종교 여부를 떠나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시작하고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던 참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도 신년맞이 장식을 겸해 등장해 과격 무슬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란
이란의 기독교인들은 종교 탄압이 심해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할 수는 없지만 금식이라는 방법을 통해 독자적인 크리스마스 절기를 지켜왔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전날 까지는 ‘절대금식’으로 달걀, 육류, 우유, 치즈를 먹지 않는다. 당일에는 ‘부분금식’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교회에 나가서 예배나 미사에 참여해 기도와 묵상을 하며 금식 시간이 끝나면 바로 축제가 시작돼 화려한 식탁이 차려진다. 또 이란의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대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 분위기로 어수선한 이라크에서도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절기를 지킨다. 이들은 대개 크리스마스 이브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불을 피우고 아랍어 성경을 읽는다. 또 다소 미신적인 성격이 있어 그 날 불이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내년의 미래를 예견한다. 즉 불이 완전히 다 타서 재가 돼버리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것인데 그동안에는 시편을 큰 소리로 낭독한다. 그리고 나서 재가 됐을 때 사람들은 세 차례에 걸쳐 재 위를 넘으며 소원을 빌고 기도를 한다.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서도 유사한 의식이 행해진다. 불이 타고 있는 동안에 교회의 남자 성도가 찬송가를 부른다. 그리고 인도자의 뒤를 따라 성도들은 분홍색 쿠션에 아기 예수의 그림을 들고 행진한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는 목사나 신부가 성도들 한사람씩 축복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것을 이라크 기독교에서는 바로 ‘평화의 접촉’이라고 부른다.

'남미'
◆멕시코
라틴 아메리카 크리스마스는 ‘라스 포사다스’, ‘나비다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 수 백년동안 이어져 온 로마 가톨릭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예수의 탄생을 초점으로 하면서도 아이를 낳을 곳을 찾아다녔던 요셉과 마리아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이동해 오는 과정을 ‘라스 포사다스’라고 하는데 여기서 ‘포사다(Posada)’는 스페인어로 ‘안식처’를 의미한다. 예수 가족의 베들레헴으로의 여정을 기념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라스 포사다스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천사 복장을 하고 행렬에 참가하며 아이 두 명이 소나무 가지와 작은 촛불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행렬이 끝났을 때 이들 행렬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미리 꾸며 놓은 집의 문을 두들긴다. 이들은 문을 두드려 “방을 구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 안에서는 대답을 하면 허락을 받아 안으로 들어간 뒤 무릎을 꿇고 행사를 진행한다. 멕시코의 대도시에서는 이론 포사다 행렬을 많이 볼 수 있으며 미국과의 국경 지대인 샌디에고와 캘리포니아 지역, 텍사스 남부에서도 행해진다.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발리 참사로 인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의 종교 갈등이 전면으로 부각된 인도네시아. 무슬림 인구가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박하지만 나름대로의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기독교 인구가 집중된 술라와시(Sulawesi) 북부 지역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10월에 시작된다. 사람들은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면서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인다. 그리고 이 크리스마스는 신년까지 이어져 1월 3일날 끝나는데 이것을 “피구루 축제(Pigura Carnival)”이라고 한다. 신년 축하를 마친다는 의미.

'아프리카'
◆콩고, 남아프리카
콩고의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나누고 함께 하는 기간이다. 이 날 가장 중요한 일은 헌금을 하는 일이다. 오전 8시나 9시 사이에 교회로 모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예배를 드린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예수를 기념하는 뜻에서 선물과 헌금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것들 없이는 예배에 참석할 수도 없다. 예배가 끝나면 사람들은 식탁을 집 밖으로 가져 나와 친한 친구이나 이웃들과 함게 식사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리스마스는 여름 휴가 기간이다. 학교도 방학 기간이고 상점들도 다 문을 닫아 버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해변가로 여행을 떠난다. 물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교회 예배가 있고 전 날에는 더 큰 장소에서 캐럴을 부르거나 스크린을 설치해 행사를 하기도 한다. 이웃들과 야외에서 저녁 식사를 먹는 행사는 전통적으로 콩고와 비슷하다. 12월 26일을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해 사람들은 야외로 나가 가족들끼리 모임을 갖고 휴식을 가진다.

'유럽'
◆러시아
러시아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행사가 겨울행사로 대체된다. 그러나 아직도 러시아정교회 국가 답게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행사가 진행된다. 러시아정교회의 전통 크리스마스 행사는 1월 6일로 특별 기도를 드리고 교인들은 때에 따라서 금식을 하는데 길게는 39일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예수의 12명의 제자들을 기념하는 12번의 만찬이 드려진다.
크리스마스에는 찬송가와 캐럴을 부르고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
바부슈카(Babushka)는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의미하는데 러시아 전통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전래되는 속설로 바부슈카는 동방박사 세 사람의 아기 예수를 보러가자는 제안을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곧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선물을 가지고 뒤따라 나서지만 예수를 만나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집잡마다 돌아다니면서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게 됐다고 한다.
◆독일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친구를 방문해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해 덕담을 나누는 일을 한다. 이것을 “크리스트바움로벤”이라고 하는데 집을 방문해 안의 사람이 문을 열어주면 들어가서 “트리가 멋지군요”라고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칭찬을 해 준 사람은 마실 것을 제공받는다. 그렇게 마시면서 앉아서 얘기를 나누다가 트리에 대해 한 번 더 칭찬해준다. 한 집의 방문 시간을 길게 지체해서는 안된다.
독일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준비를 12월 6일 이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기 예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하얀색 옷을 입고 왕관을 쓴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믿어 이것을 “그리스도아기”라고 부른다.
또 독일 교회는 크리스마스 4주 전부부터 대강절 행사로 촛불을 하나씩 밝히며 크리스마스 가 있는 한 주간동안 성도들이 교회에 외서 기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한다.
◆노르웨이
노르웨이 교회와 가정의 크리스마스는 12월 첫째주에 촛불을 켜는 대강절 행사로 시작해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주 하나씩 총 4개를 피운다. 그리고 각 학교, 도시, 마을 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다. 크리스마스에는 전통적으로 ‘글루그(Glug)’라는 것을 마시는데 각종 양념과 식물 추출물로 만든다.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에다메르(Edamer)라고 불리는 치즈를 아침으로 먹는다. 아이들은 저녁 5시나 6시 이전에는 반드시 교회에 간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도 이틀간은 남의 집을 방문 거나 자신의 집에도 손님을 들이지 않는다. 이 기간을 “크리스마스의 평화”기간이라고 해 조용히 보낸다.

'남태평양'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지구의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곳 날씨가 한창 더울 때라 크리스마스에 바닷가로 모여 물 속에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그래도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하는 교인들도 많고 거리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풍경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비슷하다. 여기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포후토카(Pohutokaw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피는 선명한 진홍색 꽃을 말한다. 북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두 가지 크리스마스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북반구의 국가들처럼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7월, 뉴질랜드로서는 겨울 중반기에 해당하는 7월을 크리스마스로 기념해 겨울 분위기를 마음껏 느낀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족도 기독교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많이 바뀌어 점차 미국과 아일랜드 방식의 성탄을 즐기게 됐다.

'아시아'
◆일본
인구의 1% 미만이 기독교인인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행사가 아니며 공식적인 공휴일도 아니다. 다만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답게 일본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상술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했다. 그래서 정작 자신들은 크리스마스를 잘 모르고 지키지도 않으면서 미국이나 서구 기독교 국가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구나 상품을 만들어 수출해 재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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