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우리의 신앙에 어떤 얼굴로 다가올까

바둑 최고수 이세돌이 알파고와 2016년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우리 사회에 점점 커져나갔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발전수준은 가히 괄목할 정도가 됐다.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과제와 논문을 해결하고, 성인들도 생활정보들은 물론이고 의학정보나 투자정보까지 GPT에 의존하는 등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상담 언론 문학 금융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머나먼 미래의 전망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종교의 영역은 어떠할까? 인공지능이 성직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신대 4명의 교수들이 함께 저술한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도서출판 뜰힘)는 이런 궁금증을 진지하게 다룬다.

저자로 참여한 김규섭 교수(신약학) 김학봉(조직신학) 이수인(기독교교육학) 유지윤(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전희준(역사신학) 교수는 각자 전도사 새신자 전도사 여성도 가나안성도 등의 역할을 맡아, ‘인공지능 목사’로 설정된 챗GPT와 신앙에 관련된 대화를 실제 주고받는 실험을 했다.

이 책은 그 질문과 대답을 정리하고, 실험결과에 대해 각자의 분야별로 평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챗GPT 목사’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을 보면 여전히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인공지능의 특성상 인간 성도들과 인격적인 동역자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며, 그릇된 데이터들의 영향을 받아 명백한 이단집단에 대해서까지 판정을 유보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스스로 사고를 교정해나가며 더 깊은 성숙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신앙인들이 본받고 배워야할 덕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ACTS교육연구소장 이수인 교수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은 이 책의 모티브인 동시에 결론이라 할 수도 있다. ‘사방이 어둑한 해질녘, 곧 언덕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공격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을 오늘날 우리가 챗GPT의 광풍 앞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양치기가 ‘개와 늑대의 시간’을 긴장하며 보내야 하듯, 우리도 챗GPT의 시대를 주의 깊은 태도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계속해서 신앙생활의 유익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또 하나의 바벨탑처럼 하나님의 영역에 도전하는 괴물로 키우게 될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우리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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