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전남제일, 광서 노회 분립 결의하거나 사실상 결별 진행 중
갈등 해결하는 내부동력 약해…“노회 합병과 분립 절차 신중해야”

광주·전남 지역 교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역사와 영향력에서 지역 교계의 근간을 이뤄온 전남노회와 전남제일노회가 잇따라 분립 수순을 밟고 있다.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했던 광서노회는 첫 정기회도 치르기 전에 다시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교계를 지탱해 온 힘의 흐름이 달라지는 중이다.

전남노회가 결국 양측으로 나뉘어 정기회를 열었다. 노회 분열의 시발점이 된 작년 가을 정기회 모습.
전남노회가 결국 양측으로 나뉘어 정기회를 열었다. 노회 분열의 시발점이 된 작년 가을 정기회 모습.

갈등 폭발로 분열 맞은 전남노회

전남노회는 지난해 가을정기회에서 일명 ‘고퇴 및 직인 쟁탈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분열의 직접적인 발단이 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노회원들 사이의 알력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해당 사건의 책임 규명과는 별개로 노회 분립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됐다. 총회임원회에서 파견한 수습위원회의 중재 속에, 사태 책임자들이 먼저 사과하고 정식으로 노회 분립 절차를 밟자는 데까지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분립 시기와 절차 등에 대한 이견으로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다시 각자 정기회를 열었다.

정창수 목사를 중심으로 한 노회원들은 3월 27일 광주동명교회에서 정기회를 열어 회무를 진행하고 박병주 목사(광주열린교회)를 노회장으로, 이성복 목사(예수사랑교회)를 서기로 선임했다. 노회분립 문제와 관련해 분립청원조직위원회를 조직하고, 일단 정기회의 정회를 선포한 상태이다.

서만종 목사 측도 같은 날 광주산수교회에서 정기회를 열고 회무를 진행했다. 임춘수 목사(광주산수교회)를 노회장으로, 이한석 목사(광주동산교회)를 서기로 선임했다. 노회분립과 관련해 앞으로 예상되는 자산분배, 연금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전권위원으로 박창희 서만종 장재홍 목사 등을 선임했다.

합의로 분립 결정한 전남제일노회

전남제일노회가 4월 10일 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제123회 정기회에서 분립을 결의했다. 분립 결정은 외부는 물론 당사자인 노회원들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다. 분립을 청원한 당사자들조차 이번 정기회에서 가결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가을 정기회를 앞두고 처음 분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노회분립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5년 전 규모가 만만치 않았던 전남제일노회와 서광주노회가 합병하면서부터, 초대형 노회가 가진 장단점들이 서서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남제일노회는 내부적으로 갈등이나 분란의 일들이 없는 상황에서 분립을 결정했다. 그렇기에 제108회 총회에 노회분립 헌의안이 상정되면 빠른 속도로 분립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회원들은 분립 이후에도 서로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광서노회는 지난 2월 합병 선포식을 가졌다. 하지만 불과 2개월만에 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됐다.
광서노회는 지난 2월 합병 선포식을 가졌다. 하지만 불과 2개월만에 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됐다.

합병 직후 다시 갈라선 광서노회

(가칭)광서노회(이하 광서노회)의 상황에도 변수가 발생했다. 광서노회는 총회에서 합병 허락을 받고 지난 2월 노회로서 정식 조직을 갖췄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첫 정기회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표면적인 분열의 원인은 최근 순천노회에서 이명신청을 한 목사들을 받는 과정에서 생긴 이견과 갈등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력들이 하나의 노회로 융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서광주노회는 전남제일노회와 서광주노회 합병 당시 합류하지 않았던 세력들이 무등노회를 거쳐 새롭게 구성한 노회다. 광주동부노회는 광주노회에서 분립한 세력이 옛 새순천노회와 힘을 합쳐 이룬 노회다. 그 굴곡지고 복잡한 역사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 광서노회가 탄생했다. 그래서 노회 안팎에서 ‘출신 배경과 정치 지향점이 다른 이들이 과연 화합을 도모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광서노회는 결국 순천노회 목사회원의 이명처리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별을 선택했다.

이명 허락을 반대한 광서노회 측은 4월 10일 광주반석교회에 모여 노회장 박종일 목사(무창교회)와 서기 손찬양 목사(홍농제일교회) 등 기존의 조직을 유지한 채, 일부 임원들을 보선하며 첫 정기회를 치렀다.

이명 허락을 찬성한 서광주노회 측도 4월 10일 믿음교회에 모여 노회장 박영호 목사(믿음교회), 서기 이광호 목사(옥과중앙교회) 등을 선임하며 신임원 조직을 구성했다. 순천노회 출신 목사들의 이명 건도 가결했다.

“총회, 노회 분립·합병 더 신중해야”

현재 광주·전남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회들의 갈등과 분쟁과 분립은 내부 갈등을 조율하고 처리하는 동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한 노회에서 발생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분규들이 다른 노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자칫 연쇄적인 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교계까지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남노회와 전남제일노회 모두 거대 노회로서 교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 영향력에 변화가 생긴다면 지역에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교계에서 노회들의 분립을 주목하고 있다.

이 상황들에 대해 총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총회에서 노회 분립이나 합병 건을 다룰 때 더욱 신중히 조사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금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한꺼번에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 전국에서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