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님 만나려면 말씀 앞에 가까이 다가가세요”

양평 하이패밀리에 설치된 말씀의 벽의 웅장한 모습. 20cm 정사각형 패널 6770장에 성경 66권의 내용을 새겨 한 페이지로 펼쳤다. 그 생명의 말씀은 수목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양평 하이패밀리에 설치된 말씀의 벽의 웅장한 모습. 20cm 정사각형 패널 6770장에 성경 66권의 내용을 새겨 한 페이지로 펼쳤다. 그 생명의 말씀은 수목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기독 NGO 하이패밀리(대표:송길원 목사)에 거대한 말씀의 벽(펼침 230409001, 전병삼작)이 세워졌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권 내용을 정사각 패널 6770장에 새겨 연결해놓은 것이다. 말씀을 담은 20x20cm 짜리 스테인리스 패널 한 장 한 장이 길이 82.6m 높이 5.8m의 말씀의 벽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하이패밀리 랜드 마크인 ‘청란교회’ 언덕에서 1시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거대한 은빛 장벽이 시선을 끈다. 어떤 이들은 큼직하지만 단조로운 색을 보고 금세 고개를 돌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말씀의 벽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우리는 호기심에서라도 그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조금씩 벽에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그것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수천 장의 패널들이 연결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쪽만 고정한 패널들이 바람의 영향으로 때론 잔잔하게 때론 강하게 물결치듯 흔들리기 때문이다. 마침내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다가가자 하나님의 말씀이 눈에 들어온다.

예수께서 나사로를 살리시기에 앞서 마르다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고 물으시는 성경구절이 있는 패널.
예수께서 나사로를 살리시기에 앞서 마르다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고 물으시는 성경구절이 있는 패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인한 순간 주님의 물음에 “아멘”으로 답한다. 주님이 부활이요 생명이심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그 말씀이 내 눈에 닿고 내 귀에 들리고 내 머리에 새겨지고 마음에 자리 잡을 때 ‘나도 죽어도 살겠고 영원히 죽지 않겠다’는 소망과 용기를 얻는다. 스쳐 지나가는 어떤 이에게는 무채색의 벽일 뿐이지만 말씀을 읽고 깨닫는 이에게는 생명을 공급받는 거룩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하이패밀리의 랜드 마크 ‘청란교회’(靑卵敎會)는 외관에 푸른색 청동을 입혔다. 문을 열면 높이 9.7m, 바닥 5평, 초소형 파이프 오르간을 만날 수 있다.
하이패밀리의 랜드 마크 ‘청란교회’(靑卵敎會)는 외관에 푸른색 청동을 입혔다. 문을 열면 높이 9.7m, 바닥 5평, 초소형 파이프 오르간을 만날 수 있다.

창세기 1장부터 계시록 20장까지 벽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말씀을 가까이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계시록까지 둘러본 후 고개를 돌려 언덕 아래를 내려다본다. 수목장 ‘소풍가는 날’ 한켠에 모여 있는 어린이들의 무덤이 보인다. 무덤 주위에 꽃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던 뽀로로, 곰돌이, 강아지, 다람쥐 등 각양 동물들의 인형, 장난감 자동차, 음료수 병이 놓여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져 충격을 주었던 정인양(2019.6~2020.10)의 묘소에는 정인양이 생전에 활짝 웃었던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다.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막 5:39)고 주님이 넌지시 귀띔해 주시는 것 같다. 묘원 곳곳에는 먼저 간 누군가의 자녀, 형제자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혹은 조부모들이 누워 있다. “나, 어제 너와 같았으나 너, 내일 나와 같으리라”(Hodie Mihi Cras Tibi.)

말씀의 벽 언덕에는 수목장이 조성되어 있고 한편에 어린이들의 묘소가 모여 있다. 이 가운데 양부의 학대로 숨져 전 국민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던 정인양의 무덤이 눈에 띈다.

죽음의 묘원에서 생명의 말씀을 보고, 말씀의 벽에 서서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말씀을 심비에 새기고 날마다 죽으리라고,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고 말씀으로 살겠다고….

한편 하이패밀리에는 의미를 알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가득하다. 침묵의 계단, 손잡이 없는 상징문, 닭머리 모양 문고리, 청란교회와 청계, 부활절 트리, 어린아이 걸음으로 800보쯤 되는 작은광장의 미로, 교회 앞 질문석(質問石), 어린이들과 뛰노는 예수님 대형 부조, 채플실, 십자가, 파이프오르간, 추모의 종, 주기도문 산책길, 악수하는 십자가, 미술작품, 조형물, 그리고 음악….

하나도 그냥 지나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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