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요즘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 ‘단짠’. 달고 짜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지방을 더하면 흔히 말하는 ‘감칠맛’이 되는 것이다. 이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과 더불어 다섯 가지 기본 맛 중의 하나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감칠맛이 입에 착착 감기기는 하지만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입만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良藥苦口)는 옛말이 있다. 그러니까 입에만 좋은 맛을 내는 음식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감칠맛을 내며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는 줄을 서거나 대기표를 받기도 한다. 일반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당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맛있는 것은 아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맛도 있다. 주일마다 귀로 듣는 말씀! 어떤 교회는 유명한 식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줄을 선다. 자리가 차고 넘쳐서 몇 번에 나눠 예배를 드린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홀로 흩어져 설교자를 모니터로 바라보며 듣는다. 요즘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줄 세우는 교회가 주는 그 ‘감칠맛’은 무엇일까? 이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2000년 전으로 올라가 예수님께서 직접 전하셨던 말씀은 과연 감칠맛이 있었을까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그 권세 있는 말씀은 그때까지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었다. 그러나 귀를 자극하여 즐겁게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고, 또 신성모독이라고도 했다. 그러다 결국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자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러나 끝은 아니었다. 그 뒤에 조용하게 들리는 그 말씀에 마음이 움직였다. 심지어 언어가 다른 많은 사람들까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감칠맛’은 아닌 것 같다.

조심스럽다. 재료의 맛은 살리지 못한 채 양념 맛만 내는 요리사를 훌륭하다고 봐줄 수 있을까? 성경에 기록된 본문의 맛을 상실하게 하는 그런 맛. 청중의 인기를 업은 채 본문의 원래 맛을 잃게 하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스러운 요즘이다. 양념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재료는 살피지 못하는 그런 요리사는 정말 위험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설교 준비를 하는 내 몸이 파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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