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기 목사
총회총무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를 크게 교회 안과 밖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내부적 과제로는 탈교회 현상, 교회 분쟁, 인구 고령화 문제, 저출산과 다음세대를 포함하는 교인수 및 신학교 지원자 감소, 이단 문제 등이 있다. 외부적 과제로는 개정사학법, 이슬람 스쿠크, 종교인과세, 포괄적차별금지법,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문제 등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이 하나 되어야 한다. 현재 ‘문화전쟁’을 치르며 ‘갈등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 속에서 종교는 ‘사회통합’에 공헌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는 중도층이 없고, 이념이 양극화돼 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한 사회가 쇠락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은 화해, 상생, 연대, 평화라는 가치의 문화를 형성하고 연합된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둘째, 이중언어와 다중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교회 내 문제를 다룰 때는 종교적·교리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교회 밖 문제는 그러한 언어를 번역하여 공론장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과제들을 신앙의 문제로 단순하게 환원하기보다는 각각의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다차원적이며 입체적으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셋째, 공론장의 소통방식인 대화와 토론하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공론장은 소수가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아니라 민주적이며, 열린 대화의 장이다. 더욱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개인적 감정과 신념에 호소하는 탈진실 시대와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적 분위기 속에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정확한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해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고 합리적으로 표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넷째,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 과거 과제들이 주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주로 문화 사상, 제도, 법 등과 관련된 문화적 차원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사회과학과 인간의 삶과 의미를 성찰하는 인문학의 소양을 동시에 키워, 기독교 사상과 다양한 학문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다학제적 대화 훈련이 필요하다.

다섯째,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보수교단은 복음화 의제, 진보교단은 인간화 의제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각 진영마다 의제로 삼고 있는 담론만을 되풀이하지 말고,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를 통합하며, 도덕적 결속력과 안정화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상상력을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윤리적 성찰을 수행해야 한다. 레슬리 뉴비긴과 리차드 마우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기독교인의 덕목을 ‘겸손한 자신감’이라고 했다. ‘겸손’과 ‘자신감’ 모두 중요한 덕목이지만, 방점은 ‘겸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버리고, 윤리적 기반을 상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안을 성찰하는 윤리적 작업이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 한국교회의 당면과제를 끌어안고, 내가 먼저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면서 당면과제와 그 대처 방안을 실천, 실행하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한국 교계와 사회에서 인정받고, 선도하는 우리 총회와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