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역사로 남은 히틀러의 악행을 잊을 수 없다. 일제의 끔찍한 살육 역시 그렇다. 난징대학살 피해자는 무려 30만명이었다. 그리고 이시이 부대장이 지휘한 하얼빈 731부대의 생체 실험도 빠트릴 수 없다. 그것을 통해 힘이 없으면 어떤 일을 겪는지 깨닫기도 했다. 또 인간이 얼마나 악한지, 인간 내면에 결코 선을 행할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것이 어디 특정한 나라나 민족만의 일일까?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아픈 역사로 남았다. 최근 그것이 확실하게 입증된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68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관련, 피해자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했다. 한국군에 의해 74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이다. 소송 당사자는 복부총상을 입었고 자신의 가족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역사 속의 악행을 혐오해 온 우리들이지만 그것은 특정국가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우리도 힘을 가지면 얼마든지 그런 일이 가능한 죄인임을 보여준 것이다.(렘 17:9) 

또한 상대적 약자에게 힘자랑을 하려는 인간의 본성에 깃들인 죄성이기도 하다. 그렇다. 힘이 없을 때 힘 있는 누군가의 악행을 비난하던 내가, 힘을 갖는 순간 언제든지 악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역사를 조금 더 살펴보자. 일제의 악한 전범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패전국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효율적 통치를 위해 일왕과 그 친족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이시이 부대의 부대장과  연구원들 모두 처벌을 면제받았을 뿐 아니라, 온갖 대접을 받으면서 병원 원장 또는 의사로 편안하게 살았다. 이유는 그 끔찍한 생체실험 연구 결과를 미국이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영웅처럼 생각되던 맥아더 장군 등이 저지른 또 다른 악이었다.

이익을 위해 악행 당사자와 타협을 한 역사적 사실은 개인보다 집단이 더욱 심각한 악을 행한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교회든 총회든 집단이기에 저지르는 부끄러운 일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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