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31.7% "통일 필요 없어"
종교·시민사회단체 '평화행동' 나서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통일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남과 북 그리고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는 갈수록 격화하고 있고, 다음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줄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종교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과 한미 공조에 따른 맞대응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국 초·중·고등 학생 6만5966명을 대상으로 ‘2022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북한을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2021년에는 52.6%에서 지난해 38.7%로 크게 줄었다. 반면 ‘경계 대상’이라는 응답은 27.1%에서 38.1%로 늘어 두 응답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 결과 초중고생 10명 중 3명(31.7%)은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년(61.2%)보다 3.6%p 줄어든 57.6%였다. 여전히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긴 하지만, 불필요하다는 인식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당시 13.7%에서 매년 5%p 내외(2021년 제외)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도 현재 남북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763개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가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 실현을 위해 마음과 힘을 모으고 나섰다. 2월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대회에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곳곳에서 노력해온 다양한 종교·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참석해 “전쟁 위기를 넘어 다시 평화의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의지를 모았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지난 70년은 잠정적인 휴전 상태였을 뿐 결코 평화로운 상태는 아니었다”며 “무력 충돌로 치닫는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보다 대범하고 유연한 신뢰 구축 조치,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통해 평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대를 멈추고 남북, 북미가 합의한 대로 관계 개선에 즉각 나설 것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 것 △대화와 협력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결할 것 등을 요구하며, “평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 평화를 말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평화를 향한 각계각층의 의지를 모으고 평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날 발언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도 “한반도에서 미래 생명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체의 군사행동과 적대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남북의 자주적 평화공존을 통해 상호 불가침과 체제 안정이 보장되는 실질적인 평화의 진전이 선행돼야 함을 피력했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은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다양한 평화행동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 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국내외 여론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16~20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10차 한독교회협의회’로 모인 한국과 독일의 목회자들도 ‘화해와 변화를 위한 대리자로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통일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길을 모색했다.

회의에 참석한 마티아스 푸페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교회 동아시아국 총괄은 과거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교회가 감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에 제언했다. 그는 “동서독 교회의 관계는 분단 기간에도 밀접하게 유지됐다. 교회 지도자들은 정기적으로 만났다”며 “반교회 정책을 추구한 동독 지도부에 의해 억압받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군비 경쟁과 핵무기 보유에 직면한 동독과 서독에서 무장과 억제를 통한 평화의 방식을 거부하는 데 앞장섰다”면서 과거 동서독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교회가 평화와 정의, 창조의 진실성을 논의해 나가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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