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교회 어린이전도 열심, 초청 잔치·신앙 캠프·지역 연합 사업 결실 풍성

민경민 목사 부임 후 탐라교회는 다음세대 사역에서 길을 찾았다. 사진은 동네 공원에서 개최하는 어린이축제의 풍경.
민경민 목사 부임 후 탐라교회는 다음세대 사역에서 길을 찾았다. 사진은 동네 공원에서 개최하는 어린이축제의 풍경.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이야기가 있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열심히 길러놓은 아이들이 조금 자랐나 싶으면 죄다 뭍으로 떠나곤 하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제주도 사람들은 유난히 회귀본능이 강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교회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주 탐라교회 민경민 목사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는 다음세대 사역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펼쳐나가는 이유 중 하나다. 바로 민 목사 본인이 그 소망의 증거다.

아이들이 청년으로 성인으로 자라나며 탐라교회의 주축을 이루어간다. 설령 멀리 육지로 떠나더라도 이들의 신앙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아이들이 청년으로 성인으로 자라나며 탐라교회의 주축을 이루어간다. 설령 멀리 육지로 떠나더라도 이들의 신앙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민경민 목사는 1981년 탐라교회의 전신인 제주신성교회를 설립한 민종규 목사의 아들이다. 총회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지역에 교회를 개척해 25년 동안 땀과 눈물로 사역하던 아버지는 1998년 예배당 건축, 2005년 역사적인 교단 합동에 이은 제주노회의 합동 작업을 앞장서 진행하던 중 별세했다.

아버지의 소천도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성도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대를 이어 귀향목회를 하게 된 것도 당초 민경민 목사의 계획 속에 없던 일이었다. 이미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어린이사역으로 인정을 받으며, 한창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부르심에 따라 자신이 나고 자란 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막막했다. 하필 교회당 건축기간이 IMF 사태와 겹치는 바람에 초보 담임목사는 시작부터 5억원 가까운 빚까지 떠안아야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민 목사는 고민이 컸다. “행여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 텐데”라는 부담도 작지 않았다.

제주의 모든 교회가 다음세대 역량을 함께 키우는 일에 탐라교회는 헌신한다. 제주노회주일학교연합대회가 탐라교회에서 열리는 모습.
제주의 모든 교회가 다음세대 역량을 함께 키우는 일에 탐라교회는 헌신한다. 제주노회주일학교연합대회가 탐라교회에서 열리는 모습.

해답은 의외로 쉬운데서 나왔다. 가장 자신 있는 다음세대 사역에서 출발해 보자고 결심하니 길이 환하게 보였다.

어린이주일이 되면 인근 공원에서 온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 마을잔치를 벌였다. 게임 음식 공연 체험 선물 등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 잔치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어른들까지 행사장에 따라오며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한편으로는 교회 부설 어린이집 운영에 최선을 다했다. 수익을 내는 데 관심을 갖기 보다 아이들과 교사들을 위해 무엇을 도와줄까를 고민했다.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건실한 보육시설이라는 학부모들의 평가를 받았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다른 교회 아이들까지 모아 300~400명 규모의 신앙캠프를 여는 일도 있었다. 자연스레 주일학교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덩달아 아이의 부모들까지 교회로 유입되면서 탐라교회는 균형 잡힌 세대구조를 갖추게 됐다.

받은 은혜를 세상에 다시 흘려보내는 공동체로 탐라교회는 잘 성장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생필품 지원을 위해 마련한 드림박스.
받은 은혜를 세상에 다시 흘려보내는 공동체로 탐라교회는 잘 성장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생필품 지원을 위해 마련한 드림박스.

특히 탐라교회의 다음세대 사역이 남다른 점은 진학이나 유학 등으로 제주를 떠난 청년들에게까지 지속적인 신앙관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화 연락을 해서 그저 안부를 묻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생활하는 곳에서 예배를 꾸준히 드리는지, 기도제목은 무엇인지, 현재 필요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이런저런 도움도 준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아이들도 타지에 가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나태함이라는 유혹에 직면합니다. 그런 습관이 오래가면 나중에 돌아와서도 영적 회복이 쉽지 않아요. 나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신앙적인 돌봄도 제공하는 것입니다.”

민경민 목사는 실제로 이 같은 섬김이 탐라교회 출신들에게 육지에서의 성공적인 신앙생활에 한몫을 하며, 나중에 제주로 돌아와서도 어색함 없이 교회 안의 제 자리를 찾아가도록 이끌어 준다고 설명한다. 본인 스스로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탐라교회를 떠났다가 담임목사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탐라교회의 다른 매력은 건강하게 생산되는 영적 자원들을 교회 밖으로 부지런히 흘려보낸다는 점이다. ‘감귤 프로젝트’도 그 대표적 사역 중 하나이다. 지역 감귤농장과 제휴하여 저렴하게 물품을 공급받고, 이를 도시교회들의 협력을 받아 판매하여 수익금으로 제주지역 작은 교회들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회설립 40주년을 맞은 2021년 온 교우들이 함께 제작한 필사성경.
교회설립 40주년을 맞은 2021년 온 교우들이 함께 제작한 필사성경.

제주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드림박스’라는 이름으로 생필품을 보내는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각종 절기 등 기회가 생기는 대로 같은 지역의 어려운 교회나 이웃들을 아낌없이 돕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교회들의 다음세대 역량을 함께 키워 놓겠다는 각오로 각종 집회와 사역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하기 어렵거나 아이들의 서울 탐방 등을 원하는 작은 교회들은 육지교회들로부터 인적 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갖 인맥을 동원해 다리를 놓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역하다보니 탐라교회는 자연히 동네는 물론 제주노회나 지역 교계에서 신뢰 받으며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존재로 성큼 자라날 수 있었다. 

민경민 목사의 제주 목회 연차가 어느새 18년째나 되었다. 올해에는 20년 전 선친이 감당했던 제주시기독교연합회장의 직책도 맡는다.

“우리 교회의 비전을 ‘탐라’(TAMRA) 이름 속 다섯 철자를 딴 사명선언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변화(Transformation)된 새 시대를 열기 위해, 하나님을 예배(Adoration)하고, 하나님의 사람을 양육(Rearing)하며, 열방을 향하여 선교(Mission)하고, 교회의 연합(Association)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복음으로 제주천국’을 이루고자 했던 아버지 시대부터의 꿈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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