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미국의 어느 교회에 총으로 위협하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참전용사로서 외상후스트레스를 겪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내 총을 내려놓고 회개하며 새사람이 됐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강단에 서있던 목사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Can I Help You?”

이 말 한마디가 사람을 바꿨다. 손에 들고 있던 살상무기를 내려놨다. 마음속 깊은 곳의 증오를 내려놓은 것이리라.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아나운서의 ‘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라는 제목의 강의에 나온 이야기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총 든 남자는 지금까지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들은 그 말은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따뜻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남자 안에 가득했던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증오를 따뜻함으로 씻어낸 것이다.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아직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손에 총을 들고 위협하는 험악한 순간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남자에게 무엇인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예수님의 말씀같이 쉽고도 능력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하니 세상을 바꾸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목사로 살아가는 나 역시 늘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쉬운 말을 잘하지 못하고 산다. 그보다 “왜 그래 진정해”, “그러면 되겠어?”, “총 내려놔!” 등의 말을 하지 않았을까?

말 한마디가 나와 너의 죽음을 부를 수도 있고, 위기를 극복하고 웃게 할 수도 있다. 총기로 위협하는 긴박한 상황이 아닌 목회현장에서 난 어떤 말을 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차분하게 누군가의 감정을 가라앉히거나, 격려와 사랑의 말로 힘을 북돋는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다듬지 못한 말로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한다. 내가 살고 또 너도 살리는 말 한마디! 그것이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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