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열기·변화 열망 사라지면 패배, “금요철야 고수”…받은 은혜 희생적 섬김으로 흘려 보내야

“기도의 야성 회복하여 세속의 거센 파도 뛰어넘으라”

대담=노충헌 편집국장

▲수영로교회는 연말연초 특별새벽기도회를 열면서 2개년에 걸친 주제를 소개한다. 2018~2019년의 주제는 <돌이키면 살리라>, 2019~2020년은 <특별하게 사는 힘>, 2021~2022년은 <돌파>였다. 2023년의 주제는 무엇이고, 그렇게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말연초 특별새벽기도회는 제가 부임한 이래 계속하고 있다. 신년을 전후해 3주 동안 기도회를 통해 한 해를 살아갈 영적 지혜와 힘을 얻는 시간이다. 특별새벽기도회는 외부 강사를 모시지 않고 담임목사인 제가 집회를 끌고 간다.

여름이 지나고 하반기를 시작할 무렵 우리 교회는 다시 1주간 새벽부흥회를 연다. 남은 한 해를 승리하며 살고자 영적인 긴장감을 다시 다지는 시간이다. 고난주간에도 특별새벽기도회를 열어 주님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하반기 새벽부흥회와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 인도도 제가 한다. 혼자 말씀을 전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성도들과 마주하고 그들의 영적 온도를 올려준다는 생각에 기쁨으로 감당하고 있다. 우리는 기도회의 마지막 날에는 헌금을 해 외부로 내 보낸다. 가능하면 비기독교인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감사하게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평소보다 3배 많이 헌금이 모였다.

2023년 연말연초 새벽기도회의 주제는 ‘아버지 집으로’이다. 저는 누가복음 15장 탕자의 비유를 내용으로 말씀을 전했다.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는 우리 신앙의 전 영역을 다루고 있다. 신앙의 사계절이 다 들어 있다. 이 말씀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안에 자리 잡았던 불안, 두려움, 불확실성, 죽음의 그림자들을 떨쳐버리고 우리가 붙잡고 바라봐야 할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 강조했다.

▲ 목사님께서는 <철야>라는 책에서 금요철야기도회의 비밀을 밝히시면서 교회의 부흥의 출발은 기도의 부흥이라고 강조하셨다. 금요철야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교회가 성도들의 기도생활을 독려하기 위해 어떻게 하시는지 알려달라.
=한국교회는 좋은 건물, 프로그램, 훈련된 교인, 카페나 복지센터 등 부대시설을 갖췄지만 왜 쇠퇴하고 있을까? 저는 기도의 약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외양을 갖추고 있어도 교회에 기도가 약화되면 백약이 무효다. 교회는 영적 열기를 간직해야 하고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엎드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켜 달라고 간구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기도에는 야성이 있었다. 야성 가운데 하나가 철야기도였고 우리는 과거 밤을 새우면서 기도했다. 언젠가부터 철야기도회는 저녁기도회가 되고 약식을 띠면서 편리를 추구하다가 없어졌다. 철야기도회가 사라진 자리에 불금이니 놀토니 하는 세속화의 물결이 들어왔다. 현대는 하드코어 중독사회다. 세상이 짓누르는 세속화의 힘이 너무도 강력하기에 주일날 한 시간의 예배로는 이겨내기 힘들다.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강하기에 성도가 강력한 영적 인풋을 받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다. 교회가 저항할 수 있는 대항마가 없으면 세속화의 파도에 휩쓸린다. 위기의식과 간절함을 가지고 금요철야기도회를 지켜내야 한다.

수영로교회의 금요철야기도회는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철야기도회에서 뜨겁게 찬양하고 부르짖어 기도하며 말씀을 받으니 치유가 일어나고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그러니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명절 기간 중에도 기도회를 찾아온다. 수영로교회 금요철야기도회를 배워보고자 많은 교회에서 견학을 온다. 금요철야기도회의 성공비결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철야기도회를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많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면 실패할 것이다. 철학으로 가야 한다. 담임목사의 목회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로 둬야 한다. 담임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철야에 참여해야 한다. 어느 교회든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모아 기도하면 타오르게 돼 있다. 영적 위기의식을 갖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예배 회집이 위축되고 개인영성을 추구하는 성도들의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미디어 활용과 나눔 위주의 소그룹 사역이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진단에 대해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교회와 사회 현상에 대해 통계를 내고 이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통계에 지나치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통계를 통해 부정적인 관점을 간직하게 되면 비관주의, 패배주의, 냉소주의가 퍼질 수 있다. 기가 꺾일 수 있다. 전투력을 가지고 도전하고 용기를 내어 다가서야 하는데 자칫 ‘우리는 메뚜기’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통계를 내고 여러 대안을 내는 것들이 다 일리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교회론적 싸움이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강단에서 성경대로 말씀이 선포되고 성도들이 성경대로 살아가야 한다. 초대교회처럼 목회자들은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고, 성도들은 유무상통해 지역의 칭송을 받아야 한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나와 이웃의 관계가 별개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본적인 것이 강력한 것이다. 교회가 기술적인 것을 지나치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순수한 교회, 순수한 목회, 순수한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성장을 강조하고 많이 모이면 교회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념은 개교회주의를 낳았고 세속화와 연결됐다. 이원주의, 바리새주의, 물량주의의 유혹에 빠지게 됐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앞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하는 ‘됨’을 돌아봐야 한다. 잘못된 것을 가지치기 하고 심플하고 선명해 져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가 변화를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변화를 시도하기 두려워해 소극적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은 한국교회다. 코로나19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변화하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 대안은 본질을 찾는 것,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복음이 중심이 되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 수영로교회가 섬김의 사역을 할 때 어떤 태도로 임하는가? 지역사회와 교회를 섬길 때 교회가 취해야 할 지혜로운 자세는 무엇인가?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교회의 공공성’이다. 한국교회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개교회중심주의다. 성도들이 교회 울타리 안에서 열심을 내지만 세상 속에서 교회의 책임은 중요시하지 않았다. 우리만의 천국을 만들다보니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되게 됐다. 교회는 예배의 회복을 갈망하는 만큼 세상의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공공성은 교회의 사명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이 교회에 있어야 한다.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나 창친을 기대하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야 한다. 물론 한국교회의 구제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우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칭찬을 그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질타를 받기도 하는데 이는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선한 사마리아인은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강도 만난 자를 돌봤다. 한국교회는 사마리아인의 행위를 본받아 구제를 하되 희생하기까지 도와야 한다. 이웃의 어려움에 다가가 순수하게 섬겨야 한다. 돕는다는 개념조차 버리고 세상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정말 필요한 것들을 도와줘야 한다. 연말에 한 번 이벤트 식으로 선물을 안기지 말고 평소에 연약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신학을 실천해야 한다. 수영로교회도 구제와 관련해 큰 행사를 벌이기도 하지만 이는 섬김의 일상화를 강화시키는 모멘텀으로 마련하는 것이지 이벤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교회는 진실한 섬김으로 세상의 칭찬, 특히 교회가 있는 지역으로부터 칭찬을 받아야 한다.

▲ 목사님의 향후 개인적인 사역계획과 수영로교회에 대한 비전을 듣고 싶다.
=저는 젊은 사역자들이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다. 투톱으로 하는데 먼저 우리 교회 부목사들에게 목회 인턴십 과정을 밟게 하고 있다. 좋은 강의를 듣게 하고 독서모임도 하고 있다. 준비된 목회자들을 만들어 전통적인 교회나 오래된 교회 가운데 영적 탄력성을 잃어버린 교회들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한 사람의 건강한 목회자가 중요하다.

둘째 40대 중심의 전국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역을 하고 있다. 1년 과정으로 격주 월요일마다 모여 책에서는 다 배울 수 없는 목회의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목회적 소양을 잘 갖춘 목사들이 모범을 보이고 지역에서도 거점 교회가  돼 선한 영향력을 흘려 보내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다. 말씀을 사모하는 성도들이 있고 좋은 목회자들이 준비되고 있다. 또 우리가 믿는 말씀은 절대 진리이며 유일한 소망이며 해답이다. 환경과 통계에 짓눌리지 말고 세속화의 오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기도에 힘써 일상의 영성과 능력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끝>

사진=권남덕 부장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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