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지나 돌아온 ‘제69회 전국대회’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등 6000여 명 참석

어린이들이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시험지를 받아든다. 문제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난관에 부딪힌 듯 머리를 싸매쥐는 장년들의 모습도 보인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오는 교단의 자랑,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전국주일학교연합회(회장:이해중 장로, 이하 전국주교) 제68회기 전국(성경)대회가 코로나19를 뚫고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거행됐다. 전국대회가 열린 1월 12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주일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52회째를 맞은 성경고사와 45회 찬양경연이 진행된 본당을 중심으로 율동과 워십, 성경암송까지 교회 곳곳은 각종 대회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분야별로 모두 2923명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함께한 말씀과 찬양의 축제는 가히 다음세대 천국잔치라 불릴 만했다.

성경암송대회에 참가한 6살 어린이는 대기실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이가 심사장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함께 온 엄마 아빠가 손에 땀을 쥐며 문틈으로 지켜봤다. 아래층 복도에는 율동 경연에 참여하는 초등부 저학년 학생들이 옷을 맞춰 입고 선생님의 박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반복된 연습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지하 채플에서는 워십대회에 나선 중고등부 학생들이 격렬한 몸짓으로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교회 안에 다음세대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이때에, 적어도 이날만큼은 다시 미래를 향한 기대와 소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전국주교 이해중 회장은 “세계를 통틀어 전국성경고사와 찬양 율동 워십 및 암송대회를 기획하고 실시하는 곳은 우리 합동 교단 교육부 산하 전국주일학교 밖에 없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다”면서도 전국에 161개 노회 중 전국주교에 등록된 노회가 100여 개, 성경고사에 참여하는 노회는 절반의 수준도 되지 않은 72개 노회에 불과한 현실을 꼬집으며, 전국 교회 목회자들이 다음세대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줄 것을 부탁했다.

제68회기 전국대회 주요 입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성경고사:특등-유초2 이은찬(서대전/새로남) 유초5 김예준(동부산/새한) 유초6 박융(서대전/새로남) 중등3 박지민 윤예찬(이상 서대전/새로남) 박하연(동서울/사랑의) 고등3 서지은(동대구/대명)
1등-유초1 오은택(동서울/사랑의) 유초3 윤지원(서울동/혜림) 유초4 서도은(서울/원동) 중등1 이하음(서울강남/공항성산) 강예인(인천/인천제2) 김영유(서대전/새로남) 중등2 조승운 이예진(이상 서대전/새로남) 고등1 최권능(인천/수봉산) 고등2 문소은(남부산동/수영로) 장년부 김미원(서울남/한빛)
▲성경암송:1등-6세 김지용(서울동/혜림) 7세 A조 진소은(용인/용인제일) B조 이지음(대경/대구태현)
▲찬양경연:금상-합창 이혜원 외 36명(인천/인천제2) 중창 구대영 외 5명(서울/서울홍성) 독창-유치부 A조 우서엘(서울남/오류동남부) 유치부 B조 박주아(평양/예수사랑) 유초12 A조 박채린(서울남/오류동남부) B조 이하윤(동서울/사랑의) 유초34 A조 이슬기(인천/인천제2) B조 이수아(수도/왕십리) 유초56 A조 김우진(남서울/대성) B조 조민우(경기/신창동) 중등부 윤장훈(대전/대전중앙) 고등부 김아인(부산/제자로) CCM 중등부 남궁도연(황동/로뎀) 고등부 유가은(인천/은석)
▲율동경연:금상-단체 유치부 강한별 외 6명(소래/사랑스러운) 유초123 쏠라이트 박현서 외 8명(동서울/사랑의) 유초456 JC워십팀(구미/구미제일) 개인 유치부 임유은(수도/왕십리) 유초123 최서현(평양제일/평강) 유초456 A조 이다은(인천/계산) B조 김나연(구미/구미제일)
▲워십경연:금상-중등부 오하경 외 7명(수원/보라비전) 고등부 그로잉 노가온 외 6명(소래/김포사랑스러운)

나이도 거리도 못 막은 믿음의 열정

“하나님 향한 마음, 내가 1등”
6살 박선우 어린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성경고사는 유년부부터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그에 앞서 성경암송대회에 출전한 85명의 유치부 어린이들은 4분 동안 쉬지 않고 성경 구절을 줄줄 외워 말하며, 예비 고시생다운 면모를 뽐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6살 박선우 어린이(서울서교회)도 두 번째 순서로 홀로 심사위원들 앞에 섰다.

“마음이 조금 떨린다”던 선우는 그동안 엄마와 함께 연습한 <하나 바이블> 23~44과에 나온 외울 말씀을 떨지 않고 모두 암송했다. 김효진 집사는 그동안 집에서 해당 구절의 성경 이야기를 연기해서 아들에게 들려주며 하루 서너 번 놀이하듯이 자연스러운 암송을 도왔다. “끝나서 좋아요. 근데 안 좋기도 해요”라며 이제 대회가 끝나 할 게 없어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아이의 모습은 등수(3등)와는 상관없이 말씀 암송을 즐기는 모습이었고, 벌써 내년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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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삭교회 초등부 

새벽 4시부터 노회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7명의 이삭교회 초등부 학생들은 율동 단체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담당 목회자, 교사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오늘처럼 열심히 하나님을 찬양하고 신앙이 무너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이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다시 모여 찬양하는 우리가 되게 해주세요”라는 감사기도를 드렸다. 한 달 전 자원해서 모여 준비한 학생들을 위해 지도교사로 참여한 추은정 집사는 “교회마다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감격스럽다”며 “생명이 있는 동안 사랑의 마음으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은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께 기쁨이 됐다면 저희는 만족해요”라는 소감을 전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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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박은희 권사

전국대회가 주일학교 어린이·학생들만 참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경고사에는 장년들도 참여한다. 90세 박은희 권사(정릉중앙교회)는 최고령 참가자로서 십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좋아하는 말씀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앞선 대회에서 만점으로 전체 1등을 차지하기도 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도 거둔 그다.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매년 데려다주는 목사님을 너무 고생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말하는 노(老) 권사에, 위재용 담임목사는 “지금도 교회에서 찬양대를 서신다. 단지 성경 지식이 아닌 삶을 통해 말씀의 능력을 증거하는 분”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박 권사는 대회에 함께한 자식, 손주, 증손주뻘 후배들을 향해 “어렸을 때 하나님을 안다는 게 굉장한 축복이다. 말씀 가운데,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소망을 본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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