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동반자’ 의식 실천…성도가 “자랑스런 우리 교회” 자긍심 가지면 성공

말씀과 성례가 함께하는 입체적 예배로 은혜 풍성케 돼야

태준호 장로(왼쪽)가 한규삼 목사에게 위드코로나 시대 예배 회복 방안을 질의하고 있다.
태준호 장로(왼쪽)가 한규삼 목사에게 위드코로나 시대 예배 회복 방안을 질의하고 있다.

▲충현교회는 전통을 고수하고 대외활동에 보수적인 교회로 알려졌지만 사실 1953년 설립 이래 한국교회와 교단을 선도하고 섬기며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현교회가 한국교회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충현교회는 보수적인 전통을 간직했으면서도 시대를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예배당 자체가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웅장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높게 솟은 종탑도 경건심을 갖게 한다. 예배에도 예전을 중시해 성례를 1년에 7번 진행하고 있다. 예배당의 모습이 멀티플렉스와 같아지고, 열린 예배가 유행이 된 상황에서 충현교회의 이런 외형과 예전적 전통은 새로운 매력이 되고 있다. 충현교회는 다양한 교회 가운데 보수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사역에 있어서는 지역사회를 향해 문호를 개방해 예전적 전통을 선호하는 성도들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신앙을 찾기 원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자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 사역에서도 지나치게 앞서가지 않을 것이고, 이웃 사랑과 섬김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절제를 할 것이다. 충현교회는 성도 각자가 복음에 바로 서면 성도들이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목사님께서 교회에 부임하신 이후 충현교회가 더 좋아졌다는 말들이 많이 들려온다. 특히 교회시설을 이웃에 개방하는 사역이 호응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교회는 이웃을 전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교회가 사람들에게 접근하려 할 때 과거의 전도 방식으로는 거부를 당한다. 이제는 이웃을 전도대상자로만 생각하지 않고 지역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가는 동역자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으니 교회로 와 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함께해야 할 사람들로 여겨야 한다.
충현교회는 그런 마음으로 교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교회를 찾아와 쉴 수 있도록 목요일 점심에는 무료로 커피와 차를 제공했다.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다보니 음악회를 열었다. 그늘막을 마련해서 무더위에 쉴 수 있도록 했다. 주차공간이 매우 부족한 주변 상황을 고려해 주차장을 개방했다. 성탄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사연을 적어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이에게 1년간 무료 주차권을 선사했다. 이런 일들을 지속하면서 충현교회는 보수적이지만 매력적인 교회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안할 것 같은 교회가 이런 일을 하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당회원들과 성도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줬다. 지역과 함께 가는 사역들에 대한 호응이 좋은 것을 보면서 성도들도 기뻐하며 시간과 물질을 투자했다.

▲목사님께서는 2019년 위임감사예배에서 교회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말씀 강해에 애쓰고, 다음세대를 책임지고, 선교와 전도에서 교회 위상에 걸맞은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이 가운데 교회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고 지금 교회는 어떠한가?
=95% 안정됐다고 본다. 물론 깊은 상처를 받은 분들의 마음이 다 아물었는지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한다. 과거 역사 가운데 불편했던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고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간직한 분도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안정됐다고 평가한다.
교회의 안정을 위해 말씀과 성례, 두 가지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집중했다. 우선 주일 설교에서는 본문의 은혜만 나눴다. 성경 본문이 말씀하는 내용을 강해하면서 주제를 언급할지언정, 목회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억지로 성경구절을 끌어다 쓰지 않았다. 본문이 앞서게 했고, 목회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우선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성례를 중시했는데 이를 통해 성도들에게 필요한 은혜가 공급됐다고 본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성찬이 진행될 때 다른 예배 때보다 대면예배 참석률이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우리는 비대면 성찬을 하지 않았고 몇 명이 참여하든 대면 성찬을 진행했다. 예배와 성찬이 중요하다는 것은 성도들의 마음속에 인식돼 있는데 그 인식이 경험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예배당에 와서 경험하게 되니 역시 좋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교회가 안정되면 성도들은 교회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어떤 교회 교인이다”라고 자랑하고 싶게 된다면 성공한 것이다. 충현교회는 과거의 자랑스러움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의 자랑스러움을 선사하고 싶다. 큰 혁신보다는 조금씩 변화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예배당에 출석하는 교인의 숫자는 이전과 비교해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일학교는 40% 정도로 떨어졌다. 올바른 예배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우리 교회의 장년 예배 대면율은 다른 교회와 비슷하게 70%이지만 감사하게도 주일학교는 90%, 청년들은 95% 수준을 회복했다. 또 장년의 경우도 비대면 상황이 반복되면서 두 번 드리던 예배를 한번으로 줄인다든지 하는 일들이 생겨났을 뿐 실제로 교회를 떠난 이들은 10% 이하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 다음세대 모임이 건재한 이유를 부모 세대들의 열심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충현교회 교인 상당수가 교회로부터 30~40분 정도 떨어진 먼 거리에서 산다. 그러나 예배에 열심이고 자녀들을 신앙 안에서 양육하려고 애쓰고 있다. 교회학교 헌신자들의 노력도 크다. 다음세대를 깨우는 데 부모들과 사역자들의 열심이 중요하다.
또 충현교회의 소그룹 참여율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아졌다. 순이나 교구의 숫자가 이를 대변한다. 우리는 세태를 원망하기에 앞서서 성도들이 비대면보다 대면예배를 참석하면 더 좋다고 느끼게 해 줘야 한다. 한 주간 직장과 가사로 힘들었는데 예배당에 들어서기 전 주차전쟁에 시달리고 강단에서 좋은 꼴을 받지 못한다면 굳이 예배당에 나와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벤트를 해서 일시적으로 성도들을 총동원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이는 효과적이나 남용하면 역효과가 난다.

▲충현교회는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희년을 지나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계신데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전진하실 것인가?
=목회비전을 이미지화시키고, 신학화시키고, 실천영성을 추구하려고 한다. 첫째 이미지화시킨다는 것은 충현교회를 매력적인 보수전통교회로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보수와 전통이 매력이 있으면 정통이 된다. 그것이 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들이 한 세대가 지나면 경색되고 발전의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워지기 위해 충현교회가 해온 노력들을 나누고 싶다. 위에서 말한 지역사회와 함께 세워져가는 노력 외에도 우리 교회가 관심을 가진 것이 성경통독이었다. 보수적 교회의 성도들은 제자훈련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성경통독은 모두 환영한다. 우리 교회는 한 신학교가 개발한 ‘리딩 지저스’ 교재와 프로그램을 실천했는데 큰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2300여 명의 교인이 통독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86%에 해당하는 1900여 명이 완독을 해냈다.
둘째 목회비전의 신학적인 화두는 ‘언약을 붙들고 이웃과 세상 속으로’로 정했다. 이는 교회 70주년의 표어이며 저의 목회방향이다. 저는 언약을 강조한 목회를 하고 있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언약이 풍성하다. 성도들이 크게 반응하는 설교도 하나님이 언약을 지키시며 성도들을 지키시고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신다는 내용이다.
셋째 실천적 영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교회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언약을 붙들고 이웃과 세상 속으로 힘 있게 나아가야 한다. 생명을 받은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그 생명을 퍼뜨려야 한다. 감각적인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체험한 이들이 자신들이 받은 생명력을 전해야 한다.

▲한국교회에 주시고 싶은 말씀은.
=강단에서 좀 더 성경적이며 복음적인 메시지가 선포되어야 한다. 결국 그게 핵심이다. 성경적이며 복음적인 메시지를 추구하지 않는 목회자는 없을 것이지만 현장에서 성도들이 필요로 하는 주제를 너무 의식하다가 복음의 진수보다 테두리에 머물 수 있다. 목회자들은 말씀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신학교에서 말씀의 훈련을 시켜야 한다. 또 신학교에서부터 현장 목회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을 해주기를 바란다. 총회나 교계의 기관들도 다른 무엇보다 지교회 목회자들이 말씀 사역에 충실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리=노충헌 편집국장 mission@kidok.com
사진=권남덕 부장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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