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목사님, 감사드립니다. 추운 겨울, 새벽기도회에 특새까지~ 건강에 늘 유의하시고요. 지금처럼 소중한 말씀들로 계속 계속 채워주세요.”

짧은 손편지와 함께 고급스럽고 포장조차 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선물들. 해가 바뀔 때마다 이런 인사나 정성 어린 마음의 표현을 받곤 한다. 주님께서 내게 맡기신 마땅한 일을 하는데 이렇게 고마워하고, 또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까지 주는 분들 덕분에 참 행복하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이 매우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깊은 부담감이 쑥 올라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참 무겁다. 과연 나는 이런 인사를 받을 만큼 열심히 섬겼는가 싶은 생각 때문이다. 또 열심히 했다고 한들 인사받을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나로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섬겼다 하더라도, 세밀하게 살펴보면 놓친 것이 많아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감사와 선물은 나에 대한 주님의 질책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더 열심히 섬기도록 자극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냥 선물의 즐거움에 주저앉아 즐거워만 하기에는 양심에 걸리는 것이다.

돌아보면 참 감사하다. 나를 이렇게 사용하시는 주님, 그리고 산정현교회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교회에 부임하게 하신 주님께 그렇다. 더욱이 목사 안수를 받고 만 1년밖에 되지 않은 풋내기 목사를 담임목사로 받아 29년째 사랑해주는 교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새해를 맞으며 성도들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감사와 선물 앞에서 즐거워하기보다는 주님 앞에서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올해도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순수한 마음으로 건네는 선물과 인사에 담긴 성도들의 바람을 채워져야 할 텐데. 그래서 이제는 너무 익숙한 목회 현장, 늘 하던 대로 해도 별 불만 없을 사역 현장에서 나는 내 자신을 보다 강하게 다그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이 전과 같지 않게 줄어들었다 싶으면 왠지 서운하니 난 속물인 것이 분명하다. 아직도 내가 올라야 할 수준과는 너무 멀리 있는 나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