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은혜 흘려보내 복음 정신 실천하고, 교회학교 전임제로 다음세대 살려야

앞당겨진 위기의 시대, 교회 본질에 집중해 극복하자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꿨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교회는 위기 앞에 서 있다. 가나안신자와 플로팅크리스천이 늘어났고 주일예배 회집 인원과 주일학교가 크게 줄었다. 대사회적 신인도도 좀체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지,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목회자들을 만나 지혜를 구했다. <편집자 주>

 대담=태준호 사장
 

송태근 목사
(삼일교회)

▲목사님께서 2012년 삼일교회에 부임했으니 삼일교회에서 담임목회 사역을 하신 지 만 10년이 지났다. 감회가 어떠신가?
=삼일교회에 부임할 때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었다. 당시 제 나이가 50대 후반이었고, 삼일교회는 폭풍우 속에 있었다. 삼일교회에 올 때 한 가지 굳게 가졌던 생각은 이 나라와 하나님 나라의 건각이 될 청년들을 아비의 심정으로 대하며 하나님 말씀의 꼴을 잘 먹여야겠다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강해설교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목사님의 설교 내용과 전달 방법에 혹시 변화가 생겼는가?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여러분들이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큰 위기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기독교 역사에서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으며 하나님은 위기의 때라도 위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펼치실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미 위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는 3허 현상(허세, 허양, 허수)을 지적하면서 한국교회에 과장과 과열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그동안의 위기 요인들이 누적된 결과였다.
그러나 성도들의 얼굴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를 보고 설교해야 했고, 성도들을 교회에서 만날 수 없었던 막다른 상황에서 삼일교회는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일교회 교역자 65명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공부했다. 여러 권의 책을 보고 토론하면서 삼일교회는 하나님이 교회에 부어주신 물적 인적 자원들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한 결론을 얻은 후 교회는 어떤 사역을 했나?
=성경 말씀대로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돕는 사역을 했다. 세 부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절망적인 이들이다. 그들을 환대하고 구원의 길로 이끄는 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난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나그네였던 민족을 택하여 구원하시고 이방 땅에 하나님의 능력을 선포하셨다. 낮은 이들을 돕는 일은 휴머니즘이 아니라 구원의 선포다.
과거 삼일교회는 ‘고지론’을 모토로 삼았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세상에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고지론’이란 없으며 오히려 꺼려지는 곳, 피하고 싶은 곳, 낮은 곳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설교를 통해 이웃사랑과 섬김을 반복해서 강조했고 삼일교회는 매일 아침 노숙인 300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됐다. 노숙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키고 ‘로로카페’를 열어 그들이 운영하도록 했다. 지하도에서 쪽잠을 청하던 이들이 말쑥한 유니폼을 입고 일하고, 함께 선교사역을 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삼일교회는 지난 2년 여 동안 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구제를 했다. ‘로로카페’ 외에도 400여 교회의 임대료를 여러 달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역을 펼쳤다.

태준호 장로
(기독신문 사장)

▲전화위복을 이룬 좋은 사례가 되겠다.
=니즈에는 ‘펠트니즈’와 ‘리얼니즈’가 있다. 펠트니즈는 현장의 필요에 관심을 갖는 것인데 시대가 빨리 변하는 상황에서는 ‘펠트니즈’에 집중하면 안 된다. 그에 반해 ‘리얼니즈’는 하나님께서 그 시대의 현장에서 무엇을 요구하시는 지에 시선을 맞춘다. 우리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니즈, ‘리얼니즈’에 천착해야 한다. 이는 성경말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기를 힘쓰는 일이다.
마태복음 25장에는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주인은 세 종에게 그들의 재능대로 달란트를 맡겼는데 두 종은 달란트를 받자마자 곧바로 가서 장사를 했다. “바로 가서 장사”했다는 말에서 우리는 두 종이 평소 주인의 뜻이 장사를 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한 달란트 받은 자는 주인의 뜻에 무관심했다. 칭찬받은 두 종처럼 평상시에 주인과 교통하며 주인의 의도를 알고 있는 것, 이것이 일상의 기적을 만든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는 자기 비전에 도취된 채 하나님의 뜻과 시선에서 멀어져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종교적 열심을 냈지만 하나님의 뜻과 괴리가 있었기에 결국 멸망했다. 하나님의 뜻은 교회 성장을 우위에 두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이들에게 가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구제하는 것이다. 물질을 많이 흘려보내는 일을 한국교회가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타종교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이 했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대로 사랑을 베풀었는지 반성할 여지가 많다. 위드 코로나시대를 복음의 본질에 천착하라고 주신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삼일교회의 3대 비전 가운데 두 번째가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인데, 이런 비전을 정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또 새해에 이 비전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실 계획인가?
=오늘날 한국교회가 부흥한 것은 한 세대 전 주일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성장해서 교회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학교가 쇠퇴하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며, 지금은 교회학교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도 놓쳤다는 비통함을 가질 때다. 모든 교회들이 교회학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고, 교단을 초월하여 교회학교를 살리는 일에 협력해야 한다. 만일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 세대가 지난 후 한국교회 예배당은 비어있게 될 것이다. 예배당을 유지하고 관리하거나 장년을 위해 쓰는 예산을 축소하고 모든 역량을 교회학교 살리기에 쏟아야 한다.
삼일교회의 경우, 교회학교 교역파트마다 전담자를 두고 전임제로 운영하고 있다. 차제에 여성사역자들의 대우를 개선해 교회학교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일도 시급하다. 요즘 우리 교단에서 교회학교 사역자를 구하기 힘들지만 여성사역자의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 남자 교역자가 영아부까지 맡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세대 문제와 관련, 미디어 기술 등을 잘 활용해 젊은이들을 교회로 다시 인도해야 한다는 대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차제에 교회가 그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떠신가?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을 설교를 통해 강조해야 하고, 무엇보다 오고 싶은 교회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찾아 교회 상황에 맞게 실천하고 이를 통해 사람이 세워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청년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기독신문 태준호 사장(왼쪽)가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위드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방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기독신문 태준호 사장(왼쪽)가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위드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방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많은 한국교회들이 소규모여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많지 않고 농어촌교회의 경우, 일꾼 부재로 운영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수의 미래자립교회들을 위해 조언의 말씀을 달라.
=최근 삼일교회에서 300명 목회자 부부를 초청해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 일을 하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자긍심의 붕괴라는 점을 깨달았다. 사모들의 비애와 미래에 대한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도움을 받는 이들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말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돕는다는 표현은 하나님만이 쓰실 수 있다. 우리는 맡은 자이기에 내 것이 없으며, 내 것이 없기에 자의적으로 도울 수 없다. 우리는 다만 나눌 뿐이다.
그런 점에서 큰 교회들은 미래자립교회들과 함께하고 나눠야 한다. 서울의 대형교회들이 지방의 작은 교회들에 빚진 자라는 심정으로 나누는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총회가 그 플랫폼 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래자립교회들도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비전, ‘리얼니즈’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형교회들의 협력과 지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노충헌 편집국장 mission@kidok.com
사진=권남덕 부장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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