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 11월 20일, 인도네시아에서는 노동자 시위가 있었다. 그들은 “아디다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라!”고 외쳤다. 스포츠용품 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중요한 이슈가 되진 못했다. 이번 시위에서 한 여성이 피켓에 축구스타 메시를 향한 글을 적었다. “저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누가 당신의 축구화를 만들었는지 아나요? 2020년 코로나19 당시, 아디다스는 내 임금을 삭감하고 지금도 갚지 않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도 당신의 계약금을 깎았나요?”

유명 유니폼은 선수만 입는 것이 아니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돈을 아끼지 않고 함께 소비한다. 문제는 생산 노동자들의 희망 없는 현실이다. 미얀마에서 아디다스 축구화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우리 돈으로 하루 2967원을 받는다. 그들은 월드컵을 한 달 앞둔 지난 10월에 일당을 4941원으로 올려 달라며 파업했다. 그런데 군 병력까지 동원돼 진압되었다. 적극 가담한 26명은 해고됐다. 환율과 물가 폭등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이들의 아우성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스포츠용품 공장에서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노동자들의 어두운 삶과는 전혀 다른, 축구선수들을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유명선수의 연봉은 입이 벌어지게 한다. 메시 선수는 1억2700만달러로 1위, 우리 돈으로 1500억 정도다. 그 뒤를 잇는 호날두는 1억900만달러. 어디 이뿐인가? 그들의 광고 수입은 수천만달러다. 하루 몇 천원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의 광고로부터 받는 수입이 그렇다.

착취에 가까운 노동 임금, 그것에 비교할 수 없는 유명 선수의 엄청난 연봉과 광고 수익이 너무 다른 세계를 대비하는 것 같아 슬프다. 그 엄청난 연봉의 선수와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이 다른 세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판매실적을 올리는 경영자들이 근로자의 노동조건에도 눈을 뜨면 좋겠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축구선수나 응원하며 열광하는 모두가, 그 즐거움을 스포츠용품 제작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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