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커피’ 주최로 시연·시음회 열려
"커피는 선교역사에 심심찮게 등장"

“잘 준비된 서양요리가 나왔다.”

1885년 4월 5일 언더우드와 함께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아펜젤러 선교사는 그날의 기억을 자신의 비망록에 남겼다. 제물포에는 최초의 근대호텔인 대불호텔이 있었고, 이곳에 여장을 푼 아펜젤러 선교사는 놀랍게도 서양식 만찬을 대했다.

바로 이 식탁에서 제공된 커피가 기록상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비스 커피라는 게 ‘개항커피’ 대표 최석호 소장(한국레저경영연구소)의 주장이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마셨던 이른바 ‘가배’ 혹은 ‘양탕국’보다, 1902년 서울 정동에서 문을 연 손탁호텔의 커피보다 앞선 기록이란 것이다.

11월 24일 옛 대불호텔 자리에 들어선 인천 중구생활사전시관에서 그 날의 커피를 재현하는 ‘개항커피 시연·시음회’가 열렸다.

‘개항커피 시연·시음회’에서 제물포에 처음 도착한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를 재현하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개항커피 시연·시음회’에서 제물포에 처음 도착한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를 재현하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자리는 커피전문가 구대회 대표가 나서 당시 아펜젤러가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바커피로 조선시대에 커피를 내리던 방식을 시연하고, 참석자들이 이를 맛보며 대화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 자리를 만든 최석호 소장은 서울신학대 교수를 지내면서 초창기 한국 개신교 역사와 우리 근대문화가 어우러진 현장들을 발굴하는데 힘쓰며, <골목길 역사산책> 시리즈 등을 출간한 문화운동가이다. 커피 또한 그에게는 이 땅에서 개신교와 근대문화가 만나는 핵심 매개체이다.

최 소장은 “아펜젤러의 커피 외에도, 1889년 봄 언더우드 선교사가 호튼 여사와 결혼 후 신혼여행 겸 선교여행길에 나서며 지방관리에게 커피를 선물한 기록이 있는 등 커피는 우리나라 선교역사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존재”라면서 “이 땅에서 서양문화이자 기독교문화의 상징적 역할을 한 커피의 역할을 조명하며 관련 연구와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항커피’는 이날 시음시연회와 함께 인근에 밀집한 한국기독교 유산들을 돌아보는 팸투어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도 커피체험프로그램과 커피축제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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