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을 향한 시선이 싸늘하다. 기하성 이영훈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내정한 11월 18일 임원인선위원회 회의와 상임회장 회의가 그 발단이 됐다. 이번 차기 대표회장 내정 과정을 목격한 한교총 안팎의 관계자들은 비로소 한교총 임원선출에도 야합정치가 개입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1인 대표회장 체제를 시행한 지 불과 1년 만에 이와 같이 일이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영훈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기하성, 예장통합, 기감 등이 손잡았다는 사실은 이미 교계에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이와 관련해 1954년생 목회자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교롭게도 이영훈 목사를 비롯해 차기 대표회장 내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현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임원인선위원장 이철 감독이 모두 1954년생이다.

그런데 11월 22일 상임회장 회의에서 석연찮은 대표회장 내정 과정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문제의 당사자들이 오히려 예장합동 탓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예장합동이 중심이 돼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를 1인 대표회장 체제로 바꿨다는 게 그 이유다. 아울러 정관개정을 통해 다시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한 취지는 연합기관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대정부 및 대사회 협상을 대표회장이 대표성을 갖고 보다 긴밀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일 때는 해당 사안에서 각자의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어지는 일이 생기곤 해 제도 개선을 한 것이다.

이런 취지대로 1인 대표회장 체제를 운영하면 문제될 게 없다. 첫 1인 대표회장인 류영모 목사가 지위를 이용해 독주를 한 것도 아니다. 1인 대표회장 체제를 시행한 지난 1년간 이 제도로 인한 문제점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1인 대표회장 체제 전환은 주도한 예장합동을 비난하고선, 정작 그 대표회장이 되겠다고 또는 대표회장으로 만들겠다고 손을 맞잡은 그들의 심리가 궁금할 뿐이다.

흔히 하는 얘기처럼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달라진 제도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 제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악용하는 사람이 매번 문제의 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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