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1억4960만㎞라면 이미 알고 고개를 끄떡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지구와 태양의 거리다. 정확하게는 1억4960만7070㎞. 이 거리는 빛이 8분 넘게 가야 도달한다. 즉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태양 빛은 8분 전의 빛인 것이다.

이 거리를 천문학에서는 1AU라고 표기한다. 1억5000만㎞라면 세상에서는 엄청난 거리지만 천문학적 관점에서는 매우 작기에 그렇게 표기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상을 뛰어넘는 더 먼 거리를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적절한 거리다. 그것이 조금만 가까우면 뜨거워서 살 수 없고, 조금만 멀어지면 얼어 죽을 것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이론상으로 그렇다. 이 절묘한 적정 거리!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이 거리를 유지하게 하셨다.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지 않으면 위험한 일은 많다. 군 생활 중에 동계훈련을 할 때도 그랬다. 체감 온도가 영하 수십도를 오르내리는 야외에서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곤 한다. 그런데 추위를 녹이려고 난로에 점점 가까이 가다가 화상사고가 적잖게 일어난다. 그 뜨거운 열에 살이 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뒤늦게 “아 뜨거워!”라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면 이렇게 위험하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면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장교들은 작전 훈련 중에 지붕이 없는 차량을 타야 한다. 대부분 귀에 동상을 입기 마련이다. 그래도 체면 차리느라 귀를 잘 덮지 않는다. 발가락, 손가락 동상은 늘 달고 다니곤 했다. 당시 난방도 잘 되지 않는 형편에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점점 더 추워지는 이 때에 교회와 내가 좀 더 가까이 가면, 누군가 따스한 온기를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연탄 한 장이라도 나누는 일에 열심을 내고, 그렇게 하자고 독려도 한다. 나와 가까워진 이웃은 내게 고마워하고, 좀 떨어진 이는 가까이 오고 싶은 삶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추운 날에도 목요일마다 교회를 찾는 이들이 있다. 점심 한 그릇으로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려는 그들은 입은 옷조차 추워 보인다. 아내가 정성껏 차린 따뜻한 밥상에 가까이 갈 때마다 그들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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