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일한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최초로 독립한 나라이기도 한 아이티공화국.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섬나라이지만, 그리 아름답지 않다. 아메리카 유일의 최빈민국으로 2021년 기준 GDP가 세계 107위다. 2010년 지진으로 더욱 가난해진 나라다. 10년이 지나도 피해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나라. 오죽하면 진흙쿠키를 먹었겠는가? 봉사나 구호를 위해 갈 뿐 관광으로 찾는 이들은 없다. GDP 61위인 도미니카조차 같은 섬에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아이티를 무시한다. 원주민은 다 없어졌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의 후손이 살고 있는 나라다. 그 땅을 식민지배한 프랑스는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가져야 한다.

최근 대통령이 갱단에게 암살당하고 대통령대행도 정부 위에 군림하는 갱단 눈치만 살핀다. 유엔이 파견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버려진 나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들을 돕던 NGO단체도 모두 철수해버린 나라에 들어가 야심차게 병원을 세우고 선교사역을 해왔다. 하지만 이젠 접근도 못해 도미니카 국경에서 난민지원 사역을 하고 있다.

도미니카에서 함께 사역을 하는 아이티 출신 의사는 도미니카 의사들에게 차별을 받으며 다단계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던 차에 교회가 설치한 진료소를 만나 즐겁게 일한다. 피부병으로 머리가 울퉁불퉁해서 보기조차 민망한 아이들. 연고라도 발라주어야 하는 그들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의사가 진료 후 처방전에 ‘비타민 5정’이라고 쓴 것을 보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국적 없는 그 아이들은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그래서 교회가 학교를 열어 공부시킨다. 한 달에 10달러, 1년 100달러. 그조차 감당 못하는 아이들 중에는 ‘배째라’ 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치료와 공부라는 힘든 사역이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지던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들을 섬긴다. 이 사역을 위해 헌금하는 성도들, 매달 100만원씩 하는 성도도 있다. 참 고맙다. 그러나 때로는 포기해야 되나 싶은 아이티. 그런데 우리까지 외면하면 주님께서 더 안타까워하실 것 같아 손을 놓지 못하는 내 눈에 눈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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