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본질과 사명’ 주제로…13장으로 이뤄진 ‘WRF 교회론 선언문’ 발표

삼위일체·교회 통일성·선교론 적용 등 담아…2026 총회 후보지로 한국 유력

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세계개혁주의부흥협의회 서기)
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세계개혁주의부흥협의회 서기)

본 교단이 유일하게 소속되어 있는 국제적인 개혁주의 협의체인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의 제6차 총회(6th General Assembly of the Worled Reformed Fellowship)가 지난 2022년 10월 27일에서 3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The Nature and Mission of The Church)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본 교단은 제102회 총회에서 세계교회교류협력위원회의 청원으로 WRF가입을 결의한 이래 정식으로 교단회원으로 가입하고 지금까지 WRF와 교류하고 있다. 필자는 WRF의 교단이사로서 총회를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에 이 지면을 통해 먼저 ①제6차 올랜도 총회의 면면을 보고하고 ②WRF의 역사와 신학적 특징, 소속된 주요 장로교단의 면면과 소속된 세계의 주요한 개혁주의 신학교와 기관들을 살펴보고 ③우리교단과 WRF의 교류 상황을 설명함으로 우리교단과 WRF의 관계와 정체성에 대해 교단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④현재 타 교단들의 세계교회협의체들의 가입현황과 그들의 신학적 특징과 활동도 살펴봄으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교회는 어떻게 연대되어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제6차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의 이모저모

WRF는 4년마다 총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0년 올랜도에서 첫 총회를 개최한 이래 20여 년 만에 다시 올랜도에서 총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제6차 총회는 미국 EPC교단에 소속된 올랜도 제일장로교회(IFCO)와 개혁신학교(RTS)가 호스트가 되어 개최했고, 집회와 세미나는 올랜도 제일장로교회에서, 이사회는 개혁신학교에서 진행됐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지난 2019년의 제5차 자카르타 총회에 비해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팬데믹 이후 첫 대면 총회로서의 의미가 컸다.

제6차 총회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열렸고, 교회론과 관련된 다양한 발제와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총회의 주요 발제자들을 살펴보면 개회설교는 WRF 회장인 다비 고메스(Davi Charles Gomes)가 맡았고, 폐회예배에서는 올랜도제일장로교회의 담임목사 데이빗 스완슨(David Swanson)이 설교했다. 주요발제자로는 마이클 알렌이 ‘개혁교회와 보편성’(The Church: Reformed and Catholic)을, 롭 노리스가 ‘교회의 예배’(The Worship of the Church)를, 제임스 에글린턴의 ‘교회와 사회’(The Church: Society), 리처드 프렛의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The church and the Kingdom of God), 히랄랄 소란키의 ‘박해 아래 있는 교회’(The Church under Religious Persecution), 제럴드 브레이의 ‘교회의 거룩성’(The Holiness of the Church), 엔드류 맥고완의 ‘교회의 통일성’(The Unoty of the Church)을 발표했다. 두 개의 패널토의에서는 ‘개혁교회와 정치와 경제’, ‘국가의 박해 아래 있는 교회’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고, 필자는 첫 번째 주제의 패널로 참여했다. 두 번째 패널토의에서는 종교적 박해 아래 있는 교회들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홍콩과 인도, 인도네시아의 패널들이 출연해 아시아에서의 종교적 박해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는 시간을 가졌다. 또 총회의 마지막 날에는 WRF의 교회론 선언문(WRF Statement on Ecclesiology)이 채택됐다. WRF의 신학위원회에서는 각 총회마다 일종의 신학정체성 선언문을 채택해왔다. 지난 2010년 에든버러에서는 ‘WRF 신앙선언문’을, 2019년 자카르타에서는 ‘WRF 개혁신학정체성 선언문’을, 그리고 올해 2022년 올랜도에서는 ‘WRF 교회론 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이 선언문은 신학위원회 위원장 앤드류 맥고윈(Andrew McGowan)과 3명의 신학위원이 작성했고, 수차례의 심의와 회의를 통해 최종안이 채택됐다. 전체 13장으로 이루어진 WRF 교회론 선언문은 개혁주의 교회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선언문은 서문에 이에 제1장 삼위일체와 교회로 시작해서, 교회의 본질,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 언약백성, 교회의 권위, 예배, 직분과 사역, 교회의 통일성, 분리와 분열에 대해, 교회와 선교단체, 선교, 교회론의 적용에 이어 제13장 결론으로 구성돼 있다.

총회 식전행사로 RTS에서 제임스 에글린턴을 강사로 “헤르만 바빙크 특강”을 가졌고, 환영만찬이 올랜도 제일장로교회의 주최로 진행됐다. 또한 총회의 대미는 올랜도 제일장로교회에서의 종교개혁 주일예배였다. 1부와 2부로 진행된 종교개혁 주일예배에서는 4개 국가의 언어로 주기도문을 낭독했고, 총회에 참석한 각 나라의 대표들이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부르며 입장했다. 이외에도 총회기간에 올랜드 제일장로교회에서 찬양연주회와 플로리다 전통음식을 맛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제6차 총회에서는 WRF 이사장과 회장이 유임됐다. 이사장은 PCA소속의 롭 노리스 목사가, 회장은 브라질장로교회소속의 다미 고메스 목사가 선임됐다. 또한 27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이사의 국가별 안배를 보면 미국 6명, 스코틀랜드 2명, 남아프리카공화국 3명, 브라질 4명, 호주 2명, 한국 2명, 프랑스 1명, 캐나다 1명, 인도 2명, 인도네시아 1명이며 한국은 이승희 목사와 본인이 유임됐다. 또한 WRF 아시아위원회 위원장에 본인이 선임됐다. 한편 2019년에 개최예정이었던 WRF 이사회의 한국개최가 코로나 사태로 무산된 이래 본 교단 제107회 총회에서 다시 WRF 이사회의 한국개최가 결의됐고, 2023년에 WRF 이사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일정은 추후 교단과 협의해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2026년 제7차 WRF총회의 개최장소로 한국과 호주를 놓고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2. WRF의 역사와 신학적 특징 및 소속 회원교단과 신학교의 면면

WRF는 2000년 10월 24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출범됐다. WRF의 전신은 미국 PCA와 브라질장로교회(IPB)가 1994년에 세운 세계개혁교회펠로우십(WFRC)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개혁펠로우십(IRF)의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로 출발했다. WRF는 16세기의 존 칼빈과 17세기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신학적 뿌리로 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벨직신앙고백서, 도르트신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을 기초로 하고 있다. 20주년을 맞이하는 WRF는 현재 30개국의 73개 교단회원과 60개국의 374명의 개인회원과 114개의 신학교와 선교단체가 회원으로 등록된 명실상부한 칼빈주의와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전 세계 개혁주의 교단과 기관들의 협의체다. 세계주요 개혁교단들이 모두 가입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본 교단이, 미국에서는 PCA, EPC가 가입돼 있고, 호주장로교회, 남아공개혁교회, 브라질장로교회, 멕시코민족장로교회, 인도개혁장로교회 등이 교단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신학교로는 한국에서는 총신대학교와 대신대학교, 미국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와 RTS가 소속돼 있다.

3. 우리 교단과 WRF의 교류 상황

한국에서는 총신대학교가 가장 먼저 WRF에 가입했고, 당시 총장이었던 김인환 총장이 WRF이사로 초청돼 2008년 3월 11~14일에 걸쳐 사당동 캠퍼스에서 전 웨스트민스터 총장이었던, 샘 로건과 RTS의 총장 릭 캐나다 등 30명의 WRF이사들과 학자들이 참석하는 WRF이사회가 개최됐다. 특히 3월 11일 환영만찬에서는 총회장 김용실 목사가 ‘개혁교회의 부흥’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고, 총회임원들과 각 신학교와 각 교단지도자들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후 본 교단 안에 상설위원회로 세계교회교류협력위원회가 설치되면서 본 교단과 신학이 동일한 개혁주의 협의체인 WRF에 가입하는 청원이 제102회 총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임원회는 가입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WRF에 주요한 신학적 정체성에 대한 공식질의서(WCC, 동성애, 여성안수)를 보냈고, 공식답변을 받은 후 가입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WRF 가입 이후 본 교단 총회마다 WRF회장이 방문해 인사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WRF 회장 다비 고메스 목사는 본 교단이 세계개혁교회의 중심으로 활동해줄 것을 요청하며 한국교회와의 교류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또한 GMS와도 협력해 브라질장로교회와 선교협력에 대한 MOU를 교환하고 구체적인 브라질 교회개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본 교단은 2018년 가입 이후 2019년 제5회 WRF 자카르타 총회에 김인환 목사와 본인이 참석했고, 2023년에는 WRF 이사회의 한국개최를 앞두고 있다.

4. 현재 타 교단의 세계교회협의체들의 가입 현황과 신학적 특징

전 세계적으로 각 장로교단들은 자신들의 신학적 정체성을 따라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먼저 WRF와 ICRC는 보수적인 입장의 협의체로 WCC 반대, 동성애 불허, 여성목사 안수 불허의 특징을 가진 교단들이 모여 있다. 본 교단이 소속된 WRF에는 미국의 PCA와 한국의 본 교단, 브라질장로교회(IPB), 호주장로교회, 남아공개혁교회 등이 소속돼 있다. 한편 ICRC에는 한국에서는 고신교단과 미국의 OPC, URC, 남아공개혁교회 등이 소속돼 있다. ICRC에 소속돼 네덜란드 31조파는 여성안수문제로 회원 제명됐다. 또한 북미지역의 개혁주의협의체로서는 NAPARC가 있고, 가입된 교단으로는 PCA, OPC, ARP, KAPC가 있다. CRC는 여성안수문제로 NAPARC에서 회원 제명됐다. 한편 WCC에 가입된 교단들이 주류를 이루는 협의체로는 WCRC가 있다. WCRC에는 한국에는 예장통합, 백석, 기장교단이 소속돼 있고, 미국에는 PCUSA가 소속돼 있다.

한국교회에서 아직은 동성애의 문제가 거의 모든 교단을 통틀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동성애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동성애 문제와 아울러 보수적인 개혁주의 협의체에서는 여성목사 안수 문제가 보수성과 진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WRF와 ICRC가 언제까지 정통보수신학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보수적인 개혁신학의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본 교단도 세계최대의 장로교단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세계개혁교회의 무대에서 당당하게 활동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에서 본 교단의 개혁신학이 무너지면 한국의 개혁신학과 아시아의 개혁신학은 물론, 세계개혁신학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의 WRF 이사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필자가 2019년 자카르타 총회와 2022년 올랜도 총회에 참석하면서 이사뿐만 아니라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신학자들도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하고 교류하는 것을 봤다. 2019년에는 웨스트민스터의 총장 피터 릴벡(Peter Lillback)과 RTS의 총장 리건 던컨(Ligon Duncan)이 첫 시간부터 폐회까지 WRF총회에 참석하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을 봤다. 2022년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우리교단은 한국 내에서 우리 교단이 감당해야 할 장자교단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했다. 또한 한국교회연합을 위해서도 우리교단이 주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제는 개혁신학과 개혁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도 본 교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