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이태원 참사에서 발생한 유실물이 용산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 가방을 찾으러 간 대학생 장 모 씨. 그는 참사 현장에서 다리 골절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그리고 부상만 당한 채 살아남은 이야기를 기자에게 얘기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사람들에 휩쓸려 사고가 일어난 골목으로 몰렸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잊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중에 주변 상인들이 구해주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휴대폰과 가방을 들고 있었던 그는 사람들에게 깔린 채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쳤다. 그런데 누군가가 “손 놔라. 안 그러면 너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장 모 씨는 가방을 잡고 있던 손을 놨다. 덕분에 골절상만 입은 채 살아남은 그가 잃은 가방을 찾으러 온 것이다. 가방은 다목적체육관에 있었고 다시 그의 손에 들려졌다.

나를 다시 깨우는 이 목소리! 내 손이 놓지 못해 더 귀한 것을 잃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잃지 않으려 양손에 힘을 꽉 쥔 채 버둥거린다. 그러다가 죽는 것이다.

하나 가진 것으로 만족하면 될 텐데 다 가지려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다 잡으려는 모습이 처절하다. 명예를 얻으려면 권력이든 돈이든 놔야 하는데 다 잡으려다 불명예를 안는다. 권력을 잡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돈을 멀리해야 할 텐데 그 힘으로 더 많은 돈을 쥐고 싶어 하다가 인생이 무너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는가.

난 목사로 살고 있다. 이보다 더 명예롭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있겠는가. 그런데 그것으로 만족 못한 채 다른 것에도 손을 뻗는다. 이것도 저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욕망! 그것이 부끄러운 나로 전락시킨다는 것을 잊을 뻔 했는데, 이태원의 소리가 나를 살리는 것 같다.

그래! 손을 놓자. 한 가지만 붙들고 살아가자. 주 안에 모든 것이 있다. 그래서 주님만 잡으면 다 잡은 것과 같은데 짜릿한 손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천박함을 어찌하랴. 배와 그물을 던져버린 채 주님을 따랐던 제자들처럼, 나도 놓았다 싶은데 다시 그것에 손을 뻗는 내가 참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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