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기 목사
총회총무

2020년 코로나19라는 절대위기의 팬데믹을 만나며 교회 지도자들은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고민했다. 대안 중에 하나로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으로 분열되어 있는 교회연합기관들이 하나가 되어, 교회 생태계를 보호하고 공적 사역을 위해 ‘원 리더십’과 ‘원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의 통합추진위원회 사이에서 연합기관 통합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깊게 이루어져 현재 연합의 8부 능선에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한교총 기관통합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교회 연합의 9부 능선을 넘어 마지막 정상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다시 연합에 대한 간절함을 회복해야 한다. 다수의 교계 지도자들에게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연합에 대한 간절함이라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연합함에 있어서 교단 이기주의, 기득권 유지, 이단 문제, 연합기관의 부채와 직원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모든 문제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연합에 대한 간절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합하고자 하는 간절함만 충만하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둘째,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연대’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각자도생’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교단 분열의 길을 걸어왔고,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IMF를 겪으면서 개교회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및 최근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에게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연대의 정신을 가짐으로 공교회성을 회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이제 ‘한국은 선교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반기독교 정서가 한국사회에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개정 사학법, 스쿠크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반기독교적 악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더욱이 탈종교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기독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로, 다시 복음화되어야 하는 선교지인 것이다. 이러한 선교적 상황은 연합정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넷째, 사분오열된 한국교회 연합기관 분열에 대하여 회개해야 한다. 미국 기독교 윤리학자인 리차드 니버는 교회 분열을 교회의 ‘윤리적 패배’라고 말했다. 결국 연합기관의 분열은 영적, 도덕적 부패로 인한 것이다. 우리 모두 분열에 대하여 죄를 자복하며 통곡하는 에스라 10장의 미스바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한국교회의 생사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연합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와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있었으나 놓치고 말았다. 

연합의 마지막 골든타임은 12월 8일 한교총 총회 전까지 약 5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교회 통합의 공은 한교총으로 넘어갔다. 연합의 골든타임이 지나가지 않도록, 한교총은 올 해가 넘어가기 전에 속히 한기총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먼 훗날 한국교회사에서 한국교회 연합의 골든타임에 협조를 하지 않은 기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