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얼마 전에 ‘밥포유’(Bop For You)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나를 위한 밥’이 아닌 ‘너를 위한 밥’ 이야기였다. 내가 사는 동네 밥집 이름을 보고 쓴 것이다.

오늘은 우리 교회가 대접하는 밥을 먹기 위해 일찍부터 와있는 분들을 보면서 이 글을 쓴다. 목요일이면 아침 일찍 찾아오는 200명 가까운 그분들은 오직 밥을 위해 교회를 찾는다. 배식을 하던 중에 시끄러워지는 일이 있곤 한다. 도시락을 한 개 더 받으려는 사람 때문이다. 받은 후 다시 돌아와 또 달란다. 하나 더 주면 어떨까 싶지만 더 받은 사람은 그것을 갖고 장사를 한단다. 차라리 돈으로 줄까 싶지만 정성이 담긴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어내는 성도들의 섬김 기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주님 대접하는 마음으로 이틀 동안 수고를 즐겁게 감당하는 일이기에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이 일은 지속하고 싶다.

한 끼 밥. 요즘도 밥 못 먹는 사람이 있나 싶지만 이렇게 밥 한 그릇에 바삐 움직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60년대 같은 굶주림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든 밥 한 끼 때우려는, 대부분 노년인 그분들을 보는 나의 마음은 짠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하면 2019년 음식물쓰레기 양이 약 9억 3100만톤이다. 전 세계 음식 생산량의 약 17%가 버려지는 셈이다. 이 중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61%다. 엄청난 음식이 버려지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한 끼 밥을 위해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닌다. 그뿐인가? 이렇게 줄서서 밥을 받아먹는 것도 다른 장면에 비하면 훨씬 행복한 일이지 싶다.

유엔 식량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장 지글러’에 의하면 세계의 절반은 굶주린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굶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연간 100억명 이상이 먹을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버릴지언정 먹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누군가에게는 밥이 복음인 것 같다. 어느 교회에서 어느 요일에 밥을 준다는 정보를 수집하여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들에게 밥은 거의 복음이다. 밥에 복음이 함께 담기면 좋으련만, 밥만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이 참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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