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2018년 프로야구팀 SK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힐만’(Trey Hillman, 미국) 감독이 생각난다. 아들 녀석이 열성 팬이라 나도 경기장에 따라간 적도 있다. 그는 우승과 함께 SK감독직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그는 한국에서 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주목받는 그의 리더십은 ‘긍정’이라는 단어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가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 프로블럼”(No problem)이다. 경기 중에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제 없어!”라고 외친 것이다.

어쩐지 우리 주님이 주시는 말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확인했더니 역시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항상 말씀을 묵상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매일 부부가 말씀묵상과 기도를 이어가고 예배에도 열심이었다.

미국 스포츠선교단체인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출신인 그가 한국에 와서 팔찌를 만들었다. 예수님 얼굴이 중앙에 들어간 녹색 형광 스포츠 팔찌다. 팔찌에 ‘Faith Hope Love’(믿음 소망 사랑)라는 문구도 새겨 넣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 줄 시간이 없을 때 그것을 나눠주려는 의도였다. 그래서 당시 경기장에 온 SK 팬들의 팔에서 팔찌를 볼 수 있었고 경기 중에 선수들의 팔에서도 볼 수 있었다. 또 배트걸이나 좌석 안내원 그리고 경비원들까지도 이 팔찌가 손목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가 한국을 떠난 이유는 더욱 감동이다. 힐만 감독의 아버지가 당시 84세였는데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가 ‘알츠하이머’라고 했다. 고령의 아버지가 아내 간호에 힘들어 해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다는 것이 미국행의 이유였다. 그는 삶의 우선순위를 신앙, 가족, 그리고 직업 순으로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신앙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참 존경스럽다.

선수들을 향해 “노 프로블럼”이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목회 현장에서 가끔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주님께서도 그렇게 내게 속삭이셨는데.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