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엄마 지키겠다 동행한 아들 잃은 채 14시간 만에 구조
넘치는 위로에 감사한 마음…앞으로 복음 사명 힘써 감당하며 보답할 것 다짐

"선교사가 되고 싶었던 아들 몫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난 9월 6일 한반도를 덮친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특히 이 사건으로 함께 실종되었던 가족 중, 기적적으로 구조된 50대 어머니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된 중학생 아들의 사연은 온 국민을 아프게 했다.(본지 제2357호 보도)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흐른 10월 9일 포항 오천제일교회(박성렬 목사)에서는 이 사건의 주인공인 김은숙 집사의 간증 시간이 마련됐다. 교회에서 주일학교 부감을 맡아 열심히 섬기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오던 중, 뜻밖에 큰 아픔을 겪은 김은숙 집사는 아직 사건의 후유증이 남아있음에도 애써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금씩 회복 중인 자신의 모습을 내보였다. 아래는 간증을 요약한 내용이다.<편집자 주>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건를 겪은 김은숙 집사(오천제일교회)가 당시 사고현장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 과정과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에 대해 간증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건를 겪은 김은숙 집사(오천제일교회)가 당시 사고현장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 과정과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에 대해 간증하고 있다.

정말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나에게 닥칠 줄 몰랐습니다. 순식간에 아들을 잃은 이 슬픔과 가슴 아픔을 어찌말로 표현할 수 있을 지요.

이집트 선교사가 되겠다고 했던 아들이 내 옆에 없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을 말로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품에 안겨있음을 알기에 제가 더 하나님을 신뢰하고 약속의 말씀을 믿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던 우리 주영이는 비전스쿨을 통해서 친구들과 사귀고 대화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또 성경을 스스로 읽고 큐티를 하며 예수님을 알아가고, 많은 영혼들을 만나며 복음을 전하고, 말씀암송도 잘하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2년 전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남편을 대신해 저는 아들과 함께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경 말씀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아들이 질문하면 저는 열심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훌쩍 커버린 주영이는 시장도 같이 가주고, 무거운 짐 다 들어주고, 김치고 함께 담그는 든든한 아들이었습니다.

태풍이 온 당일, 아파트 관리실에서 지하주차장의 차량을 옮기라는 방송이 나와서 차를 빼러 나가는데 주영이가 따라 나왔습니다. “엄마, 내가 지켜줄게, 내가 엄마 보호자 해줄게”하며 따라오는데 말릴 수가 없었어요. 강한 바람에 밀려 제가 넘어지는 것을 보며 “거 보라고. 엄마는 내가 지켜줘야 한다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차를 가지고 나오려는데 주차장 입구로 폭포수 같은 물이 들이닥쳤습니다. 키 큰 장정들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저와 주영이는 차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차장 뒷문으로 향했는데, 갑자기 불이 껴져 앞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까스로 문 앞에 도착했지만 수압 때문에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 품에 가는 구나’라며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주영이는 저에게 ‘엄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고, 저는 주영이에게 ‘아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대답했습니다. 주영이가 먼저 시작한 회개 기도를 저도 따라했습니다. 함께 갇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희들이 다 같이 천국 가게 해주세요. 평안한 마음을 주세요.”

기도가 끝나갈 무렵 천장까지 차오른 물은 제 코로, 눈으로 들어갔습니다. 숨이 막힌 채로 한 손으로는 소방벨을 잡고, 한 손으로는 벽과 전선을 잡았습니다. 열심히 주영이를 불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9월 한 달 동안 작정기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남편의 건강, 우리 가족들, 특히 주영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린 주영이가 친구들에게 열심히 전도하는 것은 물론 열방의 영혼들에게 4차례나 찾아가 복음 전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주영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시던 주님의 응답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궁금했습니다.

그런 기억 속에서 계속 기도하던 중에 조금씩 물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불빛이 비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구조를 받았습니다. 한 3시간쯤 지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14시간이나 지나있었답니다. 중환자실로 급히 옮겨진 위급한 상태에서도 저는 애타게 주영이만 찾았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저의 눈물을 닦아주며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결국 남편이 중환자실에 들어와 내 손을 꼭 잡고 ‘살아줘서 고맙다’면서 ‘주영이는 천국 갔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남편과 둘이서 눈물이 바다가 될 정도로 엉엉 울었습니다.

주영이의 얼굴은 입관식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편히 잠자는 모습이었고, 그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 느껴졌습니다. 아들이 주님의 품에 안겼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대신해 감당해야 할 사명이 제게 남아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친척들에게, 교우들에게, 저를 만난 모든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겪은 일들과 하나님이 주신 평안과 기도에 응답하신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같은 병실의 환자들에게도 복음을 전했습니다. 퇴원 후 며칠이 지나서는 주영이의 친구들을 저희 집에서 만났습니다. 친구들은 주영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있다 가더니 “이모, 저희도 교회 갈 거예요. 천국에서 주영이 만나기 위해 교회 갈 거예요. 우리 모두 그렇게 결심했어요”라고 약속했습니다.

퇴원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와주신 박성렬 목사님과 사모님, 집으로 음식까지 해다 주시며 위로해주신 손길들, 먼 곳에서 위로금과 책을 보내주며 기도해주신 분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받은 사랑과 은혜를 저도 나누며 살겠습니다.

요즘 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찬송가 88장 ‘내 진정 사모하는’을 부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주께 맡기며,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 가정이 앞으로 영육 간 빠르게 회복되고, 하나님 원하시는 사명의 길을 가도록 앞으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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