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명성교회 세습' 재론 원천봉쇄
고신, 학생신앙운동 1년간 연구키로
합신, 미자립교회후원방안 연구키로
백석, 마침내 '목회자 연금제도' 시행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일정 단축과 인원 축소, 비대면 회의 등 온전한 회의를 갖지 못했던 지난 2년을 뒤로 하고, 장로교단 총회가 모처럼 예년과 같은 일정과 모습으로 전국에서 일제히 열렸다. 모처럼 전 총대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회의가 진행하면서 교단마다 활기를 띠었고, 최근 비상 상황에서 열린 총회의 경험을 살려 속도감 있게 회무를 처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오히려 빠른 회의 진행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안건마저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부분도 나타나 아쉬움으로 남았다.

'명성교회 세습' 다뤄보지도 못한 통합

예장통합 제107회 총회가 9월 20일 경남 창원시 양곡교회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기존 2박 3일의 일정을 총대들에게 공지했으나 하루 단축해 21일 밤 폐회했다. 목사 총대 681명, 장로 총대 685명 등 총 1366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 직후 실시된 임원선거에서는 총회장에 106회기 목사부총회장 이순창 목사(연신교회)가 총회장직을 자동 승계했고 목사・장로부총회장 선거에 각각 단독 입후보한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와 김상기 장로(덕천교회)는 박수로 추대됐다. 예장통합은 서기 등 기타 임원의 경우, 총회장이 추천한 인물들을 총회에서 인준한다.

이어진 회무에서는 접수된 헌의안을 상정하는 것에서부터 격론이 펼쳐졌다. 수년째 논란이 끊이지 않은 명성교회 관련 안건 때문이었다. 헌의위원회가 안양노회 등 6개 노회가 올린 ‘명성교회의 세습을 사실상 인정한 지난 제104회 총회 당시 수습안 결의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안건을 정치부로 보낼 것을 보고하자,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의 한 총대는 “104회기에 수습 결의한 안건을 다시 헌의안으로 올린다는 것은 일재부재리・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안건 접수를 반려하고 폐기해달라는 동의를 구했다. 이에 반대발언을 신청한 또 다른 총대는 “최초 제정 당시 박수와 갈채 속에 압도적 표 차로 받아들인 세습방지법이 정작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법을 잠재하고 졸속처리된 수습안을 철회하고 법대로 매듭지어주기를 청원했다. 그는 “이 건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럴 바에는 폐기처분 해버리자’라고 한다면, 교단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얻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며 “실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바로잡아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호소했다. 헌의위원장으로서 보고자로 나선 이순창 총회장을 대신해 회의를 진행한 김의식 목사부총회장은 추가로 찬반 양측의 의견을 한 차례씩 더 청취한 끝에 안건을 정치부로 보내지 말고 폐기하자는 개의안에 표결을 부쳤다. 투표 결과 ‘더 이상 총회에서 재론하지 말자’는 쪽의 찬성표가 613표, 반대표가 465표로 관련 헌의안은 모두 폐기됐다. 이로써 지난 2017년 명성교회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 결의한 뒤 5년 넘게 이어온 사태가 교단이 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 총회장 역시 이튿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다 끝난 사건이라고 총대들이 결정했기에 더 이상 논란이 없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이제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세습금지의 내용이 담긴 ‘헌법 정치 제28조 6항’이 교회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건은 헌법위원회로 이첩돼 1년간 연구키로 했다.

주요 장로교단 중 유일하게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예장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성도들은 가급적 전광훈 목사의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권면한다”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 청원을 그대로 받았다. 이대위는 전광훈 목사 연구보고서에서 “이단으로 규정할 만한 사상이나 가르침은 없다”면서도 “목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적 실수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엄중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인터콥선교회(최바울 대표)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참여 자제 및 예의 주시’를 유지키로 했다.

이밖에도 관심을 모았던 ‘자비량 목회를 교단이 인정하는 목회형태의 하나로 허락해 달라’는 목회자 이중직 관련 헌의안은 지난 1년간 연구한 국내선교부의 제안대로 자립대상교회(미자립교회) 목회자로 대상을 제한해 각 노회 지도하에 허락하기로 했다.

한편 예장통합은 이번 제107회 총회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2명의 통역사들은 회의 기간 수어를 통해 청각 장애를 가진 총대 및 교단 목회자, 성도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교단 안팎 ‘뜨거운 감자’ 결과 갈린 고신

예장고신 제72회 총회가 9월 20~22일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에서 열렸다. 전체 총대 522명 중 519명(목사 259명, 장로 26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예배 직후 모바일 전자투표로 진행된 임원선거에서는 직전 목사부총회장 권오헌 목사(서울시민교회)가 총 투표수 508표 중 찬성 462표를 얻어 무난히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2파전으로 치러진 목사부총회장 선거에서는 김홍석 목사(안양일심교회)가 301표를 얻어 206표를 획득한 김경헌 목사(고신교회)를 제치고 당선됐고, 역시 2명이 출사표를 던진 장로부총회장 선거에서는 전우수 장로(매일교회)가 당선의 영예를 누렸다. 

첫날 진행된 유안건(지난 회의에서 의안으로 상정되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루어 놓은 안건) 처리에서는 목사, 장로 정년 연장(항존직 정년연장 연구 검토)의 건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갈등이 있을 수 있는 문제이므로 자료수집과 여론 수렴을 위해 1년간 더 연구할 것을 청원한 신학위의 보고를 허락했다.

이튿날 따로 모여 부회를 진행하고 셋째 날 다시 한자리에 모인 예장고신 총대들은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교단 내 뜨거운 감자였던 SFC(Student For Christ·학생신앙운동) 폐지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미래정책연구위원회가 “지난 10년간의 SFC 전도 보고와 통계에 따라서 시대에 맞지도 않고 너무나 저조하고 효율적이지 않다”며 폐지 청원을 올리면서 온오프라인 상에서 열띤 찬반 토론이 펼쳐졌다. 안건을 배정받은 신학교육부는 이날 “학원선교강화와 대안제시를 위해 전국학생신앙운동지도위원회의 상임위원과 위원 및 각 노회 SFC 지도위원장에게 맡겨서 연구할 것”을 보고했고, 이에 대해 SFC를 존속하자는 측에서는 “전도가 안 된다고 폐지하자는 것은 경제 논리다. 그럼 작은 교회는 다 폐지돼야 하나. 개선할 기회를 줘보자”고 기각을 요청했다. 이미 수차례 장시간 토론해온 문제인 만큼 더 이상의 의견 청취 없이 빠르게 표결에 부쳤고, 결국 원안대로 1년간 연구키로 했다. 다음세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정책연구위원회가 함께 올린 ‘다음세대 훈련원’ 설립 청원은 총대들의 허락을 받아 총회장과 미래정책연구위원회 산하에 설립키로 결정했다.

오히려 교단 밖에서 더 큰 관심을 받은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한 연구의 건’은 쉽게 기각됐다. 이 역시 미래정책연구위원회가 제안한 안건으로 신대원 정원 미달과 여성 비율 상승, 목회자 수급 어려움 등 현실에 따라 여성 안수에 대한 치열한 신학적 연구와 토론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총대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한 장로 총대가 “이 건은 미래정책연구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타 교단과 비교하며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발언자로 나섰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밖에 올해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로 유일하게 배정됐던 ‘다니엘 기도회의 신학적 적정성에 관한 질의’에 대해서는 1년간 더 연구하기로 했다. 해당 사안을 질의한 전남동부노회는 “다니엘 기도회에 신사도운동 인사나 문제가 다분한 인사를 초청하여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간증을 하는 것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한편 둘째 날 저녁 총회 설립 7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한 예장고신은 참석자 일동 명의로 ‘사랑으로 회복과 전진을 이루자’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지난 70년을 감사하는 동시에 반성하면서 제2의 교회재건운동, 제2의 교회쇄신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자신을 성찰하며 회개하고 사랑과 용서로 연합하고 화합하는 교회를 이뤄갈 것을 다짐했다.

수 년째 열악한 목회 현장 고심 중인 합신

예장합신 제107회 정기총회가 9월 20~22일, 경기 남양주시 중계충성교회에서 개최됐다. 전국 21개 노회에서 파송 받은 목사 152명, 장로 79명 등 모두 231명의 총대들이 참석했다. 

예장합신은 타 장로교단과 달리 총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에 대해 사전 후보 등록을 받지 않고, 총회 현장에서 총대 모두를 대상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다만 전례를 보면 총회장의 경우 직전 목사부총회장이 총대 대부분의 지지 속에 총회장에 당선돼왔다. 이번에도 역시 신임 총회장에는 직전 목사부총회장 김만형 목사(친구들교회)가 무난히 자리에 오른 가운데, 목사부총회장에는 변세권 목사(온유한교회)가, 장로부총회장에는 김재곤 장로(염광교회)가 각각 선출됐다.

이어진 회무 처리에서는 상정된 12개 헌의안을 다뤘다. 예장합신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열린 최근 수년간의 총회에서 특별히 열악한 목회 현장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앞서 교단에서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기로 정한 만큼, 여기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는 ‘목회자 빈부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 건이 상정돼 정책연구위원회가 1년간 연구했고, 올해 역시 ‘미자립교회 교회 목회자 후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안건을 처리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퇴직 후 목회자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 납입금을 자립교회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사회복지부에 맡겨 연구키로 했다. 다만 신임 목사 안수자에게는 올해부터 국민연금 최초 3개월분의 납입액을 지원키로 했다.

한편 예장합신은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와 인터콥 및 대표 최바울 목사를 이단으로 결정하는 등 이단과 사이비에 대해서는 단호히 결의, 교단이 힘을 합쳐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예장합신은 인터콥에 대한 이단대책위원회 보고서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른 성경 해석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부분, 세례의 시행 등의 가르침과 심각하게 상이하며, 기독교 복음을 왜곡하게 할 만한 이단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승우 목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못된 신사도운동과 오늘날에도 사도와 선지자가 있다는 잘못된 교회론과 직분론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마침내 ‘목회자 연금제도’ 시행하는 백석

예장백석은 9월 19~20일 충남 천안시 백석대학교회에서 제45회 정기총회를 가졌다.

임원 선거에서는 총회장에 현 총회장인 장종현 목사를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추대하는 한편, 제1부총회장에 김진범 목사(하늘문교회), 제2부총회장에 이규환 목사(부천목양교회)를 추대했다. 장로부총회장에는 주동일 장로(영안교회)가 추대됐다. 예장백석은 금권선거 방지를 위해 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단 후보를 선임하면 총회가 추대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3년 전 결의한 바 있다.

예장백석은 이번 회기부터 그동안 교단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목회자 연금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연금재단이사회가 설립돼 있고 연기금 적립 제도도 마련돼 있지만, 정작 연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표류를 거듭하고 있었다. 시행에 앞서 먼저 연구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며 △개척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연금 △자립교회 목회자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 △생계가 어려운 은퇴목회자를 위한 연금 등 총 3가지 방향에서 연구를 진행해 교단에 최적화된 연금제도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장 총회장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 미자립 상가교회에서 사례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목회를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일에 순종하는 목회자들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세대 사역의 중요성으로 관심을 모았던 학원선교사 제도도 통과됐다. 이로써 지역교회와 연계해 학교 현장에 선교사를 파송, 청소년들과 크리스천 교사가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개설하고 청소년의 신앙을 지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한편 예장백석은 총회 설립 45주년을 맞이하는 백석인의 다짐을 발표하고, 하나의 장로교회를 위한 연합과 일치, 민족복음화와 세계 선교 사명 다짐, 기후위기에 대한 회개와 창조세계 보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저출생 극복과 다음세대 부흥 등 총 5가지 사명에 힘써 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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