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연, 2022 추석 명절 추천 영화
'장애에 대한 서사를 다루는 영화들'

매년 설날, 추석 등 명절과 부활·성탄절 등 교회절기 때마다 함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온 문화선교연구원(원장:백광훈 목사·이하 문선연)이 이번 추석 명절에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 좋은 영화 5편을 추천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2022년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한편으로는 외면하고 있는 ‘장애’에 대한 서사를 다루는 영화로 주제를 잡았다.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이지만 다양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늘 분리돼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다.

 

첫 번째 영화는 지난여름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배역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주목 받은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니 얼굴>이다. 정 씨는 배우 말고도 유튜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캐리커처 작가로서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 위치한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지난 2016년부터 약 2000여 명의 얼굴을 그려왔다. “세상에 안 예쁜 얼굴은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람들의 얼굴을, 세상의 기준으로 ‘예쁘게’가 아닌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예쁘게’ 그려주고,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또 하나의 멋들어진 화풍으로 여겨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 영화 <니 얼굴>은 이처럼 정 씨가 인기 셀러에서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으며, 제18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우수상, 2021 씬라인페스트에서 인터내셔널인스퍼레이션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까치발로 걸음마를 시작한 딸 ‘지후’를 병원에 데려간 엄마 ‘우정’은 의사에게 “아이가 뇌성마비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된다. 뇌성마비 징후를 가진 아이의 엄마이자, 감독으로서 딸과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까치발>은 자신의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어쩌면 엄마로서 당연하게 느끼는 두려움과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를 수 있다는 자각의 과정을 드러낸다. 불안의 시간을 겪어내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2020가치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까치발로 서 있는 모든 딸들을 위한 영화다.

 

 

세 번째는 지난 달 개봉해 현재 극장 ‘필름포럼’에서 절찬리 상영 중인 영화 <녹턴>이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큰 관심을 받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로, 자폐인 그리고 자폐인 가족으로서의 삶을 11년 간 촬영해 긴 여정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성호 씨는 서른이 훌쩍 넘도록 스스로 면도도 할 줄 모르고 엄마가 머리를 감겨주어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악기를 연주할 때만큼은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그 뒤에는 엄마 민서 씨와 동생 건기 씨의 희생이 있었다. 장애인 가족은 늘 장애 당사자와는 또 다른 삶에서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장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인 헝제·자매에서 부모의 희생과 책임이 기울어 있다고 느끼는 점이다. 이 이야기 속 건기 씨 역시 엄마와 형을 향한 원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한 음악회에 형제가 함께 참여하는 사건을 계기로 며칠간의 여정을 통해 비로소 형의 음악과 인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다큐멘터리 상을 받고, 제11화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영화 <리슨>은 ‘듣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역시 ‘듣지 못하는’ 소통의 어려움 속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민자 가족들, 그리고 이들의 현실을 ‘듣지 않고’ 침묵하다가 오히려 더 큰 고통 속에 내몰아 버린 사회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서울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원더>에서는 선천적 안면기형 장애로 인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7번의 수술을 견뎌내며 10살에 첫 등교한 학교라는 곳은 좌절과 고통의 장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어기의 모습에 그를 비난했던 아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다름'을 놀림거리로 여기는 아이들을 통해 사회의 일면을 본다. 마음과 생명의 가치를 바라보며 친구가 되어줄 사회를 기대하며, 우리에게 진정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극장 상영 중인 <녹턴>을 제외한 네 편의 작품은 현재 '네이버 영화'와 '왓챠', '웨이브', '유튜브' 등에서 스트리밍 시청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영화 큐레이션 및 설명을 맡은 문선연 임주은 연구원은 “이제는 더욱 다양한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혹은 그 서사가 담긴 미디어가 소개됐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에 대한 ‘함께 살기’와 ‘책임 갖기’를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우리로 하여금 돌아보고 고뇌하고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분위기와 법들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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