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28년째 산정현교회 담임목사로 사는 나는 참 행복하다. 교회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그냥 목사여서 행복하다. 다른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난 한 여자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아내가 대단한 미모를 지녔거나, 이름을 날릴 만큼 성공을 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그녀의 남편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

또 두 자녀를 둔 행복한 아버지다. 내 아이들이 좋은 자리에서 높은 연봉을 받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평범하다. 아직 갈 길 멀어 보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냥 그들의 아버지이기에 행복하다.

난 글 쓸 일이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뛰어난 집필가이기 때문도 역시 아니다. 글 쓸 기회가 많아 행복하다. 무딘 펜이지만 꾸준히 쓸 일이 이어지니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일을 즐기며 산다. 찾고 또 만든다. 그런 나의 일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행복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회에서 빵도 쿠키도 굽는다. 새벽기도를 끝낸 후 몇 시간을 그렇게 하곤 한다. 그런데 그것이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목회자로서 뭔가 다른 일에도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행복하다. 무슨 일이든지 즐기며 사니 난 행복한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말해도 누군가는 “당신은 내가 못하는 것을 하고, 내가 못 가진 것을 가졌으니 그런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난 지금의 모든 것이 없더라도 행복했을 것 같다. 나의 행복이 비교우위의 결과라면 결코 참된 행복이 아닐 테니.

난 지금의 일을 즐긴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일이기에 즐겁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할 때도 그렇다.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하나님이 주신 기회이기에 즐겁다.

왜 짜증나는 일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 짜증 역시 즐겁게 살아갈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니, 그것 역시 행복한 이유의 하나이다. ‘부작용’이란 본래의 ‘작용’에 뒤따르는 또 다른 ‘작용’이다. 부차적인 작용이란 말이다. 그러기에 그것 역시 행복 목록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분명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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