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평판이 좋은 의사 지킬,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악한 욕망이 그를 괴롭혔다.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지만 어두운 시간이 되면 괴로웠다. 그는 개발한 약을 이용하여 밤과 낮이 서로 다른 삶을 산다. 약을 먹으면 밤에는 악한 본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하이드가 된다. ‘숨긴다’라는 뜻의 하이드(Hide)로 밤을 살아가면서 자기 속의 악한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다. 낮의 선한 모습은 지킬의 몫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킬 안의 하이드가 강해진다. 약을 먹었는데도 지킬로 돌아오지 않아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약을 먹지 않아도 하이드가 될 수 있었다. 그런 하이드의 악한 본성이 더 강해지면서 더 이상 지킬로 살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는 결국 고통스러운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렇게 하이드로 죽는다. R. L. 스티븐슨(Stevenson)이 그럴듯한 상상력으로 1886년에 쓴 소설 내용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 ‘나’라는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나 싶었다. 그리고 목사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 역시 갈등은 여전하다. 지킬처럼 교인들에게 꽤 괜찮은 목사로 비춰지지만, 내 속의 하이드를 느낄 때가 있다. 때로는 하이드가 이끄는 대로 사는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

사람의 시선 앞에서 목사로 보이려 애쓴다. 낮의 지킬처럼 말이다. 그러나 밤이 찾아오는 것을 어쩔 수는 없다.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이다. 때론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니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긴 바울 사도도 이 두 개의 ‘나’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니 난 어쩌겠나? 소설에서는 약을 먹고 하이드가 된다.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하이드로 사는 나를 발견하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그렇다. 약을 먹어야만 하이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면에 악을 행할 기능을 장착한 채 태어난 인간일 뿐이다. 그걸 벗어버리도록 내 안에 거하신 성령께서 나를 격려하신다. 그래서 28년째 산정현교회의 꽤 괜찮은 목사로 살아가는 모양이니 주님께 손을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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