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현교회 15년 한결같은 문화사역, 성도에게 은혜 지역엔 감동

소프라노 윤나리, 바리톤 배의현, 테너 김선용 씨와 김현 전도사(오른쪽부터)가 오페라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열연하는 모습.
소프라노 윤나리, 바리톤 배의현, 테너 김선용 씨와 김현 전도사(오른쪽부터)가 오페라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열연하는 모습.

지난 5월 29일 주일 오후 2시, 산정현교회 본당에서 오페라 <아기돼지 삼형제>의 막이 올랐다. 성도들은 시간에 맞춰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입장했고, 정규예배 때 장로들이 앉던 맨 앞자리는 아이들의 차지였다.

명작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오페라로 각색한 이 작품은 모차르트, 베르디, 도나제티 등 대가들의 아리아를 덧입혔다. 또한 아리아를 한글가사로 개사한 덕분에 아이들의 귀가 즐거웠고 호응도 뜨거웠다.

아기돼지 삼형제로 분한 바리톤 배의현, 소프라노 윤나리, 테너 김선용 씨와 엄마 돼지를 소화한 김현 전도사, 늑대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성희 씨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리아를 소화하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도 선보였다. 1시간의 공연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피날레를 맞이했고 객석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산정현교회는 ‘정오음악회’와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 등 성도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도 자주 연다.
산정현교회는 ‘정오음악회’와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 등 성도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도 자주 연다.

산정현교회 오페라팀은 1시간 분량의 이번 공연을 위해 두 달 가량 준비했다고 한다. <아기돼지 삼형제>와 어울리는 아리아를 선곡하고, 개사 작업에 더해 대사까지 만들었다. 오페라팀과 연주를 맡은 이미원 사모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막내 돼지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선용 씨는 “단순히 오페라 공연이 아니라 예배라고 생각했고, 온전한 예배를 위해서 준비했기에 두 달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선용 씨의 말대로 이번 <아기돼지 삼형제>는 오페라면서 동시에 하나님께 올리고 성도들과 함께한 예배였다. 산정현교회 주일테마예배 시간에 <아기돼지 삼형제>를 공연했기 때문이다.

주일테마예배를 기획한 김관선 담임목사는 음악적 소양과 재치있는 입담을 갖춰, 교회 음악회 때마다 훌륭한 해설가로 나선다
주일테마예배를 기획한 김관선 담임목사는 음악적 소양과 재치있는 입담을 갖춰, 교회 음악회 때마다 훌륭한 해설가로 나선다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는 15년째 주일테마예배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테마가 다양하다. 오페라와 음악회 상연부터 영화와 다큐멘터리 상영, 그리고 찬양 페스티벌도 개최하면서 기독문화의 뜰을 마련한다. 아울러 간증과 대담도 진행하며, 주기철 목사 등 교회를 섬긴 선진들을 추모하는 예배도 주일테마예배를 통해 드린다.

주일테마예배를 기획한 이는 다름 아닌 담임 김관선 목사다. 김 목사는 주일 오후예배에 성도들이 불참하거나 참석한다고 해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 틀에 박힌 예배가 아닌 성도들에게 감격이 되고 기쁨이 되는 예배를 드리고자 주일테마예배를 마련했다.

김관선 목사는 “우리 교회는 주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총 네 번의 정규예배를 드립니다. 정규예배를 이미 드린 성도들이 기독문화와 교회의 역사, 신앙이 깃든 삶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주제로 주일테마예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일테마예배를 통해 기독문화를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겠다는 마음도 품고 있다. 한때 기독문화가 세상문화를 이끌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세상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반면 기독문화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산정현교회 성도들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주기철 목사 묘역 앞에서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
산정현교회 성도들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주기철 목사 묘역 앞에서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관선 목사는 “문화를 세상 사람에게 맡기면 세속적인 문화가 됩니다. 따라서 기독문화를 꾸준히 키워야 하고, 문화를 주도하는 크리스천을 키워내야 합니다. 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건전한 문화의 창조자이자 리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정현교회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문화행사에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동네 축제인 서리풀 축제에 산정현교회의 소양홀 음악회가 포함되는가 하면, 재능 넘치는 성도들이 초청받아 출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근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초역 등지에서 꾸준히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독문화를 알리며 또 문화를 이끄는 크리스천을 키워내는 역할을 산정현교회가 맡고 있다.

이렇듯 주일테마예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역을 전개하자 교회의 문턱이 낮아졌다. 동네 주민은 물론 꽤 먼 곳에서도 산정현교회 주일테마예배를 찾곤 한다.

오페라 <아기돼지 삼형제>를 보기 위해 방문한 신현경 씨는 성북구에서 왔다. 그녀는 “가끔 주일테마예배를 드리기 위해 산정현교회에 옵니다. 예전에 교회에서 공연한 오페라 <라보엠>을 관람했는데, 그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 산정현교회를 찾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산정현교회는 다음세대 대상의 주일테마예배를 자주 드린다. 사진은 교회 청년들이 고민을 나누며 소통한 ‘청년들의 수다’의 모습.
산정현교회는 다음세대 대상의 주일테마예배를 자주 드린다. 사진은 교회 청년들이 고민을 나누며 소통한 ‘청년들의 수다’의 모습.

주일테마예배는 다음세대와 접촉점이 되기도 한다. 산정현교회는 주로 어린이, 청소년, 청년 대상의 주일테마예배를 드린다. 지난 7월 3일 주일테마예배에서 열린 ‘청년들의 수다’가 그 예다. ‘청년들의 수다’를 통해 교회 청년들의 고민과 아픔, 신앙생활 등을 들으며 그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를 외면하는 다음세대를 다시 교회가 품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김관선 목사의 생각이다.

산정현교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주일테마예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장예배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4월 24일 현장예배 완전회복 축제를 필두로 현장대담 ‘평신도가 코로나 팬데믹을 말하다’와 세대가 소통하는 ‘찬양 페스티벌’ 등 매주 특별한 주일테마예배를 선사하고 있다.

김관선 목사는 “온라인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을 다시 현장예배로 인도해야 겠죠. 그래서 주일테마예배에 더욱 신경을 쓰며 성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어요. 조만간 주일테마예배에서 저와 아내가 토크콘서트를 할 수도 있어요. 성도들이 목사와 사모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라며 한껏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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