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컵밥을 아는가?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대표 먹거리이다. 공무원시험을 비롯하여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몰려드는 곳에서, 값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기에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종류의 메뉴가 개발되었다. 컵밥 소문을 들은 일반 사람들 중에도 그 맛이 궁금해 일부러 찾아가 먹어보기도 한다.

컵에 담긴 하얀 밥 위에 김, 치즈, 김치를 비롯해 스팸이나 떡갈비, 그리고 계란까지 먹음직스럽게 쌓는다. 그리고 소스를 뿌리면 컵밥은 완성된다. ‘덮밥’의 길거리 버전인 셈이다.

2000년대에 시작된 컵밥은 지난 10년 동안 3000원 이하로 유지되던 중에 올해 1월에 들어 500원 정도 오르더니 이제는 4000원을 육박한다. 식재료 값이 많이 올라 버티지 못한 컵밥 사장들의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원에 오는 학생들은 대폭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었지만 이미 온라인에 빼앗긴 학생들을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 컵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그래서 컵밥집의 어려움도 더 커진 것이다.

컵밥을 먹는 청년들이나 그것으로 돈을 버는 길거리 사장들이나 모두 고달프다. 그래서 노량진은 코로나 블루보다 더 우울하다. 그러던 차에 물가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직장인들이 저렴한 가격의 한 끼를 위해 컵밥을 찾기 시작한 모양이다. 편의점 도시락조차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의 밥상 수준의 하락이다.
이래서 그 동네에 위치한 교회가 20년이나 아침밥을 제공해왔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가 밥 먹여주는 곳은 아니지만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주님이 손길을 대신한다는 면에서 이 어찌 존경스럽지 않은가.

내가 섬기는 교회도 목요일 아침에 도시락을 대접한다. 서울 곳곳에서 소문 듣고 몰려온다. 방배역에서부터 교회까지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길게 이어진다. 수요일부터 준비하여, 목요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봉사자들로 인해 그들의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이 뭐 어려우랴 싶은데 그 한 끼만 챙겨줘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그 생각을 하니 밥상조차 공평해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숟가락을 드는 나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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