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지난 주간 대구의 한 노회 주일학교 교사강습회에서 저녁집회 메시지를 전했다. 교사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며 한국교회의 희망도 확인했다. 그 저녁집회 첫 시간을 20여 년 전에 보았던 영화 ‘홀랜드 오퍼스’로 시작했다. ‘작품’이라는 의미의 ‘오퍼스’는 모차르트를 제외한 작곡가들의 작품 번호 앞에 ‘op’라는 약어로 사용되었다.

홀랜드는 1964년 케네디고등학교에 부임한 음악선생이다. 최고의 교향곡을 작곡하고 싶었던 그는 경제적 이유로 교직에 몸담았다. 적당히 가르치며 작곡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에 더해 태어난 아이의 청각장애 판정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런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에게 푹 빠지는 홀랜드. 오케스트라 수업을 하며 어설픈 학생들과 깊이 교감한다. 어느새 좋은 선생이 되고 있었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통해 건강한 꿈을 키워간다. 엉망이었던 학생들의 성공적인 공연이 들뜨게 했다. 돈 때문에 잠깐 선생을 하겠다던 그는 30년을 학교에서 보냈으나 경영악화로 음악과목이 폐지되고 선생 자리를 잃고 만다. 정성을 쏟은 학생들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나는 날, 강당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끌렸다. 거기엔 30년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사는 제자들이 선생님을 위한 음악회를 연 것이다.

홀랜드가 등장하자 주지사가 된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부와 명성보다 더한 성공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우리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선생님의 교향곡입니다. 선생님의 작품으로 멜로디이자, 음표이자, 음악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손에 지휘봉이 쥐어지고 홀랜드의 ‘아메리칸 심포니’가 연주된다.

저녁집회에서 교사들을 향해 홀랜드처럼 좋은 작품으로서의 제자를 키우자는 이야기로 첫 시간 말씀을 펼쳤다. 꽤 괜찮은 반응, 나 역시 새삼스러운 도전을 받았다. 목회를 통해 만들어진 나의 작품은 어떨까? 예배당이나 교회 규모가 아닌 열정을 쏟아 부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작품이어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주님께서 그렇게 보셔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홀랜드가 마치 내 선생이 된 느낌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