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진택 선교사 귀국… 하르키우에서 53일간 구호 활동

서진택 선교사가 두 아들 요한·다윗과 자리를 함께 했다. 서 선교사는 현재 예수인교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서진택 선교사가 두 아들 요한·다윗과 자리를 함께 했다. 서 선교사는 현재 예수인교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불이 들어오고, 설거지 할 수돗물이 나오는 것을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았어요. 아침마다 눈을 뜨며 생명을 연장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죠.”

우크라이나 서진택 선교사(GMS)의 고백이다. 그는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53일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러시아군으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하르키우에 있었다.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전쟁터 가운데 있었던 것은, 하르키우가 아버지 고 서강춘 선교사가 묻힌 땅이자, 아내 서한나 선교사가 우크라이나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 서강춘 선교사는 2003년 우크라이나로 파송돼 사역하다 신종플루에 걸쳐 2009년 11월 순직했다. 12살에 부모를 따라 우크라이나로 간 서진택 선교사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하던 부모를 따라 선교사가 되기를 결심했고, 2017년 3월 GMS 선교사로 임명받았다.

그는 하르키우에 머무는 동안 목회 활동 외에도 긴급 구호 사역에도 힘썼다. 폭격을 피해 지하철 역사로 대피한 주민들에게 이불과 매트리스, 음식 등을 전달했다.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배고픔과 추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50여 일을 보내는 가운데, 교인들 사이에서 이제는 피란을 가라는 권유가 나왔고, 그 역시 기도하는 가운데 잠시 하르키우를 떠나 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5월 17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교인들은 서 선교사 부부를 부둥켜안고 눈물로 배웅했다. 서 선교사는 아내와 자녀, 장인·장모 등과 함께 서쪽으로 피란길에 올랐고, 그 후 폴란드를 거쳐 5월 27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이번 러시아 침공이 큰 시련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개신교에 새로운 부흥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인 80%가 정교회를 신봉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와 관계가 깊고, 피란민 구호 활동이 미미한 반면, 개신교는 피란민 구호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개신교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어디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변 목회자들이 필요한 것을 사다가 공급을 해요. 개신교를 손가락질하던 정교회 신자들이 개신교 교회로 몰려들고 있죠.”

그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에서 깊은 감사를 전했다. 파송교회인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를 비롯해 많은 교회들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아 피란민들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몇 개월 후에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거나, 폴란드로 돌아가 난민 사역을 하겠다는 그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를 소망했다.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가 곡창지대인데, 영적으로도 곡창지대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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