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칼럼의 제목만 보고 멸망하는 여리고성에서 라합을 살린 빨간 줄을 연상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볼 수 있는 그 빨간 줄이다. 배터리 전력을 거의 사용했다는 잔량표시다. 그런 표시가 나타난다면 이제 배터리는 2%나 남았을까? 전화 한 통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계속 사용하면 배터리의 남은 그 작은 힘조차 소진한 전화기는 굿바이를 고한다.

그래서 빨간색 한 줄이 보이기 전에 충전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빨리 전원을 찾아야 한다. 다시 충전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전화기라도 사용불가상태에 빠지고 만다. 충전을 시작하면 점차 배터리 용량이 올라가는 것도 보인다. 50, 80, 그리고 100%로. 죽어가던 전화기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면서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꽉 채워진다.

내가 그렇다. 죽어라고 열심히 뛰다보면 빨간 줄로 표시되지는 않아도, 내 안에 그런 경고등이 켜진다. 흔히 ‘번 아웃’(burn out)이라고 한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다 타버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다. 빨리 밥을 먹든지 잠을 자든지 해야 비로소 나는 다시 살아난다.

그러기에 휴대전화의 빨간 그 한 줄은 희망이다. 살아날 가능성이다. 빨리 충전하면 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죽지 않고, 꺼지지 않고 살수 있다며 어깨를 토닥인다. 만일 그런 신호가 없다면 죽는 줄도 모른 채 갑자기 쓰러질 것이다. 그러니 빨간 줄은 고마운 것이다.

내 삶에도 그런 경고가 뜨면 참 좋을 텐데, 내 스스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나만 모르고 주변 모든 사람이 알기도 한다. 좀 쉬라는 말이 들린다. 괜찮다며 오기를 부려보지만 결코 괜찮지 않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영적 충전이 되지 않는 경우다. 방전되어 에너지가 바닥인 줄도 모른 채 잘난 듯 뛰어 다니지만, 나만 모른다. 이미 주변 모든 사람이 알아차린다. 심지어 내 설교를 듣는 사람들조차 안다. 전화기야 전원만 꽂으면 되는데 영적 상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늘 전원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언제 꺼져버릴지 모를 나다. 그래서 영적 플러그가 제대로 꽂혀 있는지 오늘도 만지작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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