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밀 값이 뛰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톤(t)당 가격이 407달러가 되었다. 지난해 대비 30% 인상.

왜 그럴까? 밀 생산과 유통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고온건조한 날씨 탓이다.

내성이 강해 세계 어디서나 재배되는 밀. 그런데 올해 전 세계 밀 생산은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선 러시아의 침공으로 세계 6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거기에 더해 세계적 가뭄으로 프랑스, 인도뿐 아니라 미국의 생산량까지 위협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최대 밀 생산국인 프랑스는 건조한 날씨로 최악의 작황이 예상되고 있다. 거의 절반으로 줄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 역시 최악의 폭염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우리가 많이 먹는 미국산 밀 역시 가뭄으로 기존의 생산량을 장담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생산국이 자체 공급을 위해 수출 금지도 하고 있다. 거기에 전쟁 중인 러시아의 흑해 연안 봉쇄는 수출길을 막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밀로 만드는 식품값의 인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짜장면 같은 외식비도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음식값이 올라 밥 먹기 힘들다는데 이래저래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재난이 이어지는 형세다. 이러니 대체 먹거리 개발에 힘을 쏟을 수밖에.

그런데 정말 심각한 원인이 전쟁이나 기후변화뿐일까? 기후변화보다 인심변화가 더 큰일 아닐까? 내 것을 더 키우겠다며 전쟁도 불사하는 이 고약한 인심이나, 내 나라 먹거리 지키겠다며 수출까지 막아버리는 자국 이기주의 역시 기후변화보다 더 큰 리스크다.

그렇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 결코 공룡이나 외계인이 아니다. 인간다움을 상실한 결과가 이런 걱정을 견인한다. 한 어린아이가 자기 몫의 빵을 나눠 빈들을 잔치로 바꿨던 놀라운 일을 기억한다면, 내 입에만 빵을 넣을 것은 아니다.

난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카페라떼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해 한다. 그런데 밀 값이 오르면 이 즐거운 식탁의 메뉴도 바뀌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나만의 식탁에서, 나만의 행복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어디 빵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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