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지구지킴이]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우리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있는가? 가장 먼저 창조 때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은 땅을 경작하고 돌보는 일이다. 그 사명을 이루려면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그 생명 하나하나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상황 속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하나님의 창조물에 대해 늘 깨어 있으면서 환영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일상을 살면서 하나님이 주신 게 아닌 것,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이라면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맘껏 쓰더라도 최대한 재활용하면 되지’ 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한 번 쓴 것을 재활용할 경우도 천연자원의 사용 비율은 줄어들지 몰라도 물품의 운송과 처리에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쓰레기 문제의 경우도, 그 동안 3R(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을 최선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2050년까지 순 제로를 이루되, 2030년까지 50%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용 자체를 줄이고 나서 재사용하고 또 재활용해야 한다. 물론 상황이 위급하니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기후 재난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의 공간과 아름다운 산과 바다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무엇에 저항하고 또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생각될수록, 위기의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제자된 자로서의 삶에 진지하게 임하라’고 부르시는 주님을 더 기억해야 한다.

함께 하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40일 간의 약속을 하고 훈련해보자(큐알코드로 ‘40일간 실천약속’ 내용 참고). 그러면 지구에 끼치는 피해가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쌓이는 스트레스와 불안도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건을 덜 사고, 여행도 덜 하며, 때때로 고요히 머물러 창조된 존재로서의 기쁨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도 가벼이 할 수 있다.

물론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은 쉬이 포기되지 않는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년 동안 재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컵이나 텀블러를 준비하거나, 테이크아웃하는 음료를 멀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하는 물건 중 하나를 정해, 같이 보낸 시간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랜 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창조에 깨어 그 물건으로부터 자유하게 하고, 필요 이상의 것에 연연하지 않게 도울 것이다.

때론 필요한 것도 매일 쓰는 것이 아니라면 구입하기 전에 이웃과 공유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고,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 수선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물건과 연결된 생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새처럼 가볍게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창조의 부르심을 입은 제자로서 기본에 충실함으로 하나님의 생명을 사랑으로 돌보게 되길 기도한다.

※ 이 칼럼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총무:이박행 목사)의 지원으로 꾸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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