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회 학술대회 "영감있는 예배와 공동체적 환대 노력 필요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또 오랜 비대면 예배에 젖어들어 대면예배를 게을리하는 성도들을 어떻게 인도해야 할까?”

많은 교회들이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는 예배당 좌석을 보면서 고민하는 문제다. 일부 교회들은 성도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30%선으로 떨어진 채 회복이 되지 않고 헌금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소그룹 사역과 성경공부 모임이 활성화되었다고 하고, 유명 목회자의 설교나 찬양 사역 유튜브 영상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가나안 성도가 늘었고 비제도권교회가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를 진단하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이런 의견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노마드들의 증가다. 최근 개혁신학회는 ‘예배 회복’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갖고 코로나 엔데믹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는 현재 교회가 힘써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주종훈 교수(총신대신대원)는 그 대안으로 성령과 공동예배의 기도를 제시했다. 주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예배당을 가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본 교회나 타교회 예배 영상을 보는데 만족하는 성도들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이들을 디지털 순례자 또는 구도자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이 디지털 영성에 만족하고 심지어 디지털 영성을 추구하다보면 디지털 영지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영지주의는 인터넷 또는 미디어 기술에 의한 연결성을 공동체성으로 혼동하거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성을 경험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 교수는 디지털 순례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예배자들의 공동체적 일체감을 이루기 위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개인을 더욱 고립과 소외의 상태로 이끈다고 비평했다. 

또 디지털 순례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축소된 예배에 만족하는 것이다. 많은 영상예배나 기독교 영상들이 음악, 메시지, 응답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따라서 간소화된 예배 영상을 보다보면 예배에 잘 참여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를 축소된 예배 구성 요소를 체험하면서 제한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점차 예배에서 개인적인 만족을 느끼고자 하게 되므로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상실하거나 무관심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교회로서도 성도들로서도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다. 주종훈 교수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환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 교수는 환대란 단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에 기반을 둔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속하게 할 수 있도록 초청하고 돌보는 모든 과정과 실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식과 깨달음을 넘어서 예배가 전인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 회복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는 “예배가 단순한 모임과 필요로 하는 메시지 수용 경험이 아니라, 하나님과 예배자들의 살아있는 대화이듯이, 설교자와 청중들 사이의 인격적 상호 작용에 의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말씀과 관련해서 중요한 참여 방식”이라고 말했다. 예배와 설교가 지적 전달 수준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이제는 안된다는 의미다.

주 교수는 예배와 삶의 간격을 좁히고 유기적으로 통합시켜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주 교수는 “예배의 모임과 참여 방식에 대한 목회적 과제와 대응에만 집중하는 것은 공동예배와 삶의 유기적 순환과 통합 관계를 간과하고 단지 모이는 교회나 흩어지는 교회 자체를 분리해서 강조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디지털을 통해 성도들이 유익을 얻었다고 생각했던 바 그들의 삶에서 어떻게 신앙을 통합해 낼지에 대한 분명한 길을 제시하는 메시지가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 교수는 예배의 회복을 위해 성령의 역사를 간구해야 하며, 공동기도(예배 초청, 조명, 도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요한 박사(프랑스 아미엥대학)도 공예배에서 대표기도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도가 설교를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도 자체가 인간의 간구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가 만나는 예배의 중요한 사실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 박사는 예배에서 주된 요소가 설교인 것은 맞지만 기도와 기타 예배의 구성요소들이 설교를 보조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유감이라고 표현했다. 정 박사는 기도와 찬양이 그 자체로 예배이며 설교와 같은 비중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공예배 기도를 하는 이들이 성경과 교리에 대한 지식을 잘 갖추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편 교단 헌법의 예배모범에서 기도에 들어갈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문장으로 구성된 모범을 제시해 대표기도를 준비하고 실천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발제를 한 김남준 목사(열린교회)는 요 4:24를 본문으로 예배의 바른 태도를 영과 진리로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성령으로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로 죄를 씻음받은 성도들이 구별된 시간과 장소에서 참여하며 성령의 감화를 받고 변화를 결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리로 드리는 예배는 먼저 말씀에 감화를 받고 거룩한 정서를 품은 설교자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을 필요로 하겠지만 참된 신앙을 알고자 하는 자들일수록 교회로부터 도움을 덜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면서 “교회는 복음의 본질을 회복함으로 예배 속에서 그리스도의 참된 가르침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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