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지구지킴이]

제52회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개된 전국 소등행사 포스터.
제52회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개된 전국 소등행사 포스터.

“나를 훈계하신 여호와를 송축할지라. 밤마다 내 양심이 나를 교훈하도다”(시 16:7)

지난 4월 22일은 제52회째 맞는 ‘지구의 날’이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처음 실시했고, 2000년부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구의 날을 전후로 기후변화주간을 정해 그 심각성을 알리고 탄소 저감 생활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구를 위한 실천, 바로 지금 나부터!’ 올해 슬로건이다. 디지털 다이어트로 이메일 하나당 이산화탄소 4g을 발생시키는 메일함을 비우자고 했다. 일회용 대신 다회용품 사용하기, 친환경 인증 마크 상품 구입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현명한 소비를 권장했다.

탄소 포인트 인센티브도 소개했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요금을 연간 단위로 절감하면 1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차량 탄소 포인트는 지난해보다 올해 운행거리를 줄일 때 연간 10만원을 지급한다. 탄소생활실천 포인트는 다회용기 사용, 전자영수증 발부, 무공해 자동차 렌트 이용자들에게 연간 7만원을 지급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기후행동 1.5’를 검색해서 가입하면 앞선 3가지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벌써 120만 명이 가입했단다.

또한 올해 지구의 날에는 전국적으로 오후 8시부터 10분간 소등 행사를 가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광화문과 관광지 해운대에서도 참여했다. 

다만 무고한 생명을 향해 미사일을 쏴대는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는 공포의 섬광이 솟아올랐다. 각종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조성된 석유화학공업단지도 가동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무한한 욕망에 기댄 기술이 만든 디스토피아 재난 현장이다.

이 소등시간에 교회당 첨탑 위의 빨간 네온 십자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제 교회도 생태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전기 불빛을 끄고, 대신 진리와 양심의 빛을 지펴야 한다. 사실 십자가는 고난과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어둠에 묻혀야 더 잘 어울린다. 우리가 빛과 영광의 문명을 내려놓아야 미래 세대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다.

광주 모 교회는 지난 고난주일 예배에 실내등을 최대한 소등했다. 파이프오르간, 액정화면 없이 오직 피아노와 마이크만 사용했다. 성도들과 담임목사는 모처럼 성스러운 영적 감화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도 분기에 한 번씩 이런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필자도 저녁 8시에 소등운동에 동참했다. 소등을 하니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온다. 산 속에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어둠 속에서 성찰이 일어난다.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를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살 궁리가 깊어진다. 다시 불을 켤 때 가장 작은 불을 켰다. 어둠의 신성한 의식을 일상으로 이어가고 싶었다. 지금은 지구의 시간이어야 한다.
내년 제53회 지구의 날에는 총회 산하 전국 교회와 성도들이 소등행사에 앞장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이 칼럼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총무:이박행 목사)의 지원으로 꾸며집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