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은 <황무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썼습니다. 총회 입장에서 본다면 4월은 ‘잔인한 선거의 계절’입니다. 봄노회 전까지 제약이 전혀 없다가 노회에서 추천받는 순간 꽁꽁 묶인 몸이 되기 때문입니다.

총회선거규정은 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 조항 중에 25%가 규제 항목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의 견제가 심각하기에 출마자들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게 현실입니다. 기자도 최근 한 출마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소속한 연합회가 행사를 하는데 참석해도 되는지 묻더군요. 기자는 “불가하다. 정확한 것은 총회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질의하라”고 답했습니다.

요즘에는 사진 한 장, 이름 석 자도 언론에 노출되는 게 쉽지 않습니다. 4월 19일 권순웅 부총회장이 평서노회에서 총회장 후보로 추천을 받았습니다. 노회 파회 후 일부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금지됐습니다. “곧 총회장이 되실 분인데 너무하지 않았나?”라고 질책하시더라도 기자의 답변은 동일합니다. “안 됩니다.” 그만큼 총회선거규정은 깐깐한 금지법입니다.

총회는 절차도 매우 중요시합니다. 우리는 이미 각종 소송을 통해 호되게 교육을 받았죠. 총회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노회에서 추천받기 전에는 ‘출마 예정자’입니다. 노회 추천을 받으면 ‘출마자’로 표기하며, 후보 등록하면 ‘입후보자’가 됩니다. 선관위에서 후보로 선정되면, 그때야 비로소 ‘후보자’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그리고 총회에서 당선되면 ‘당선자’이며, 이취임하면 ‘-장’이 붙습니다. 그만큼 절차가 복잡하고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최근 모 인사의 선거법 위반을 놓고 총회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선한 일을 하는 것까지 막는 법은 악법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군요. 선관위가 ‘전례’라는 카드를 사용한다면 사태는 더 복잡해 질 수 있습니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편법과 꼼수가 기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4월부터 선거운동을 막으면, 2~3년 전부터 선거운동을 합니다. 이게 우리의 본모습입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묘수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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